매일신문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젤렌스키, 푸틴만큼 전쟁 책임 있다"

우크라이나 대사 "잘못된 정보에게 기인한 주장…면담 요청"

2019년 11월 8일 룰라가 파라나주 쿠리치바 연방 경찰본부에 수감됐다가 풀려나면서 지지자들과 함께 손을 치켜드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11월 8일 룰라가 파라나주 쿠리치바 연방 경찰본부에 수감됐다가 풀려나면서 지지자들과 함께 손을 치켜드는 모습. 연합뉴스

브라질의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에 동등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룰라 전 대통령은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비전에 나와 연설하고 갈채를 받고 의원들한테서 기립박수를 받는다"며 "이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만큼이나 전쟁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에 반대하는 러시아에 양보하고,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해 분쟁을 피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각종 미디어에 나와 우크라이나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며 용기와 불굴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에 대해서는 "훌륭한 코미디언이긴 하다만 TV에 나오려고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룰라 전 대통령의 발언에 우크라이나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브라질 매체들에 따르면 아나톨리 카시 브라질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성명을 통해 룰라 전 대통령의 주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잘못된 정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카시 대사는 브라질 일간 오 글로부와 인터뷰에서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좌파 정치권에서는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절제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03∼2010년 브라질 최초의 좌파 성향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룰라는 부패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고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 출마를 앞둔 그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재선을 노리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누르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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