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29년 시리즈 마감하는 '끝판왕' 블록버스터
스케일 커진 공간서 시원한 추격전 선보여
'쥬라기 공원' 초기 캐릭터 총출동해 작별인사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1993)은 참으로 경이로운 작품이었다. 스톱 모션이나 탈을 뒤집어 쓴 것이 고작이었던 공룡을 눈앞에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어냈으니, 관객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2편 '잃어버린 세계'(1997)에 이어 가히 망작이라 불러도 좋을 '쥬라기 공원3'(2001)을 끝으로 '공원' 시리즈는 끝이 났다. 14년 후 '공원'보다 좀 더 큰 '월드' 시리즈를 시작으로 '쥬라기 월드'(2015), '폴른 킹덤'(2018)에 이어 '도미니언'(감독 콜린 트레보로우)이 북미보다 9일 빠른 지난 1일 전 세계에서 처음 개봉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감독 콜린 트레보로우)은 시리즈 29년을 마감하는 역대급 블록버스터다. '공원'에서 벗어나 도심 속, 숲 속, 눈 덮인 설원에서 '007' 뺨치는 추격전에, 갖가지 공룡의 숨막히는 대결 등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갇혀 있던 우리를 빠져 나온 듯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액션이 가히 '쥬라기 공원'의 '끝판왕' 답다.

이야기는 전편 '폴른 킹덤'(2018)의 끝에서 이어진다. 이슬라 누블라 섬에 갇혀 있던 공룡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버린다. 인간들은 공존을 꿈꾸지만 티라노사우러스 등 육식 공룡들은 인간의 생활을 위협한다.

미국 정부는 위협적인 그들과의 공존을 위해 보호구역을 만들고, DNA를 추출해 공룡을 창조한 인젠사의 라이벌인 바이오신에게 관리를 맡긴다.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쥬라기 공원'은 인간의 과학적 호기심에서 시작하지만 파국은 결국 인간의 탐욕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반격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플롯이다. DNA 샘플을 면도용 거품캔에 넣어 반출하려다 결국 사달이 났던 1993년 작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는 것이다.

'도미니언'에서는 공룡을 통해 돈을 벌려는 갖가지 불법이 자행된다. 공룡을 포획하는 사냥꾼이 있고, 이를 몰래 파는 암시장이 있다. 일부에서는 공룡을 살인 무기로 개조한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유전자 변이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려는 바이오신이라는 조직이다.

영화는 숲 속에 숨어 살아가는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복제 소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로부터 시작한다. 여자 과학자 샬롯의 복제인간이라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메이지는 벨로시랩터 블루의 새끼와 함께 납치된다.

생물학자 엘리(로라 던)는 초대형 메뚜기 떼에서 백악기 공룡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다. 그는 옛 동료인 고생물학자 앨런(샘 닐)을 만나 바이오신이 배후에 있다는 증거 확보에 나선다.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도미니언'의 가장 큰 볼거리는 시원함이다. '공원'이나 '월드'에 한정된 공간이 지구인의 생활 곳곳으로 열려 버린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고라니를 만나듯 어디건 공룡이 출몰한다. 이는 영화의 스케일을 올 로케이션으로 확장시킨다. 미국 대륙을 물론이고, 베링해, 지중해, 아프리카 등 배경이 첩보영화 수준이다.

악당과의 추격전이 아닌 공룡과의 추격전으로 변형되니, 이제까지 보지 못한 액션신이 탄생한다. 특히 모터사이클을 탄 오웬을 쫓는 살인 병기 공룡과의 추격전은 긴박감과 속도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웬이 말을 타고 파라사우로로푸스 공룡을 쫓는 장면은 서부영화의 카우보이를, 간발의 차이로 수송기에 올라타는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한다. 공간을 벗어나니, 다양한 장르로 변형돼 서스펜스를 고조시킨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피날레답게 초기 캐릭터들도 모두 등장한다. 로라 던, 샘 닐, 혼돈이론의 대가 이안 말콤 역의 제프 골드브럼까지 오리지널 배우들이 모두 출연했다. 이들이 펼치는 유머 또한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1편에서 샘 닐의 대사 '움직이지 마'를 오웬과 함께 하면서 같이 바라보는 장면이나, 바이오신의 대표가 1편의 면도용 거품캔을 들어 보이는 등 시리즈를 관통했던 깨알 같은 장면도 재연해 재미를 더한다.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벨로시랩터,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를 비롯해 가장 큰 육식 공룡 기가노토사우루스, 1편에서 놀라운 비주얼로 관객을 놀라게 했던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공룡들이 총동원됐다. 고생물학자의 자문을 받아 효과팀이 만든 공룡만 27종. 이 중에 깃털 달린 공룡 등 10 종은 '도미니언'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다.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에서 시작된 쥬라기 공룡들의 향연은 '도미니언'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해몬드 박사가 고생물을 복원시키듯, '쥬라기 공원'은 상상 속 이미지를 놀랍게 재현한, 디지털 특수효과의 시작을 알린 영화였다. 29년 후 '도미니언'은 비주얼과 스케일, 쉴 새 없이 터지는 긴장으로 관객과의 성공적인 작별인사를 한다. 전설적인 시리즈의 마무리를 극장에서 확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147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