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려동물 인구 급격한 증가에 '펫코노미' 들썩…언제까지

우리나라 국민 3~4명 중 1명 반려동물 길러

반려동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직장인 신모(29) 씨는 코로나19 이후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한 '펫펨족(Pet+Family)'이다. 유튜브로 고양이 육아 방법을 공부하고 온라인으로 반려동물 제품을 산다. 산책·나들이를 갈 때 반려동물 출입 가능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신 씨는 "2020년에 오래 지속된 '집콕'으로 '코로나 블루'가 찾아왔었다"며 "이를 해결해 준 게 반려동물이었다.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한 마리를 더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0% 정도인 1천448만 명이다. 3,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4천억원으로 2015년(1조9천억원) 대비 78.9% 급성장했다. 오는 2027년에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6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산업을 뜻하는 '펫코노미(Pet+Economy)'가 급성장한 시점은 코로나19 직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여행이 어렵게 되자 반려동물을 분양받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에 연관된 산업도 덩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동원에프앤비는 반려묘용 습식캔을 지난해만 4천만 개 팔았다. 지금까지 판매된 반려묘 습식캔은 누적 6억 개가 넘는다.

반려동물 상품은 'A부터 Z까지' 다양하다. 요즘은 동물을 가까이 두고 즐긴다는 의미의 '애완'보다 가족·동반자의 '반려'로서 동물을 생각하는 까닭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펫코노미가 성장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바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관련 상품을 산다"고 말했다.

우선 반려동물 영양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의약품 제조기업들도 뛰어들 정도다. 일동제약은 최근 반려동물 장 건강용 프로바이오틱스 '일동펫 비오비타 시리즈'를 내놨고 종근당바이오는 반려동물용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라비벳 유산균'을 출시했다. 보령제약은 배변 장애, 관절 질환 등을 예방하는 고양이 영양제 '후시펫 닥터냥' 3종을 2020년 9월에 선보였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치주 질환제 '캐니돌정'을 내놨다.

가전·가구 업계도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 출시에 분주하다. 퍼시스그룹의 생활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펫가구 시리즈 '캐스터네츠'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일룸은 지난 4월 반려동물 이동용 계단인 '펫스텝'을 출시했다. LG전자는 최근 트롬 세탁건조가전에 '펫케어 코스' 기능을 업그레이드한다고 밝혔다. 옷에 묻은 반려동물 배변, 냄새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AI'에 반려동물의 생활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반려동물에 이상 징후가 있으면 사용자에게 알림이 전송되거나 청소기에 탑재된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 반려동물을 안정시킬 수도 있다.

반려동물 관련 제품의 렌털 시장도 강화되고 있다. 현대렌탈케어는 반려동물 케어 솔루션 전문 기업 '아베크'의 '펫 드라이룸' 렌털 상품을 최근 선보였다. 목욕 후 반려동물의 젖은 털을 말려주는 제품으로 자외선 살균 시스템, 에어 샤워 기능 등도 함께 구성됐다. 현대렌탈케어는 지난 2020년 '고양이 자동 화장실' 렌털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자동급식기, 급수기 등 펫가전 렌털 상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반려동물을 케어할 수 있는 종합 서비스나 금융상품도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인 어바웃펫은 반려동물 케어 상담 등을 통해 고도화된 반려동물 관련 종합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반려동물의 양육을 위한 자산관리부터 상속까지 가능한 'KB반려행복신탁'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펫사랑 카드'·'펫사랑 보험'·'펫사랑 신탁'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수요자들을 겨냥한 특화 상품을 선보였다.

다만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가 예상과 달리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외 활동이 증가하자 기르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유기동물 등록 건수는 모두 1만1천607건으로 지난 2월(6천441건) 대비 80.2%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은 반려동물의 분양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함께 하면서 덩달아 시장도 크는 구조"라며 "거리두기가 끝나자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가 많아지는 점은 시장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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