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모(32) 씨는 영업시간이 본격 해제되면서 지난달의 경우 주당 3, 4회는 회식·지인 모임으로 밖에서 밥을 먹었다. 최근 오랜만에 집에 오래 있을 여유가 생기자 배달앱을 켰고, '5월 회원 할인 쿠폰'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임 씨는 "한 달에 10회 이상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왔는데, 할인쿠폰을 사용하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반사효과로 눈부신 성장세를 이뤄온 배달앱 시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밖에서 사 먹는 수요가 많아지면서다. 그간 높은 배달료로 인한 소비자 이탈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기점으로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앱 빅 3사 월간 이용자 수, 4·5월 감소
9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빅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월간 이용자 수는 전월(3천321만 명) 대비 약 3.5% 감소한 3천209만 명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에도 전월(3천532만 명) 대비 이용자 수가 감소한 데 이어, 또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직전 달인 3월과 본격 해제된 5월을 비교하면, 배달앱 이용자의 10%는 두 달 새 배달시장을 이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달앱 이용자가 줄어든 주 이유는 거리두기가 본격 해제되면서 바깥에서 직접 사 먹는 외식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국 소상공인 카드 매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의 데이터 포털을 보면, 거리두기가 풀린 1주 차(4월 18~24일)와 2주 차(4월 25~5월 1일)의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7%, 16.6% 증가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5월 1주 차(5월 2~8일)에 들어서는 전국 소상공인 평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7% 상승했다.
◆배달앱 이용자 수, 왜 줄었을까
높아진 배달료가 소비자의 배달앱 이탈 현상을 가속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로 '집콕' 현상이 이어지면서 배달 수요는 급증하는데 배달 인력 등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배달비가 우선적으로 올랐다. 여기에 배달원 1명이 여러 가게의 음식을 받아 처리하던 '묶음 배달' 방식에서 한 집에 빠르게 배달하는 '단건 배달'(배달원 1명이 1건 주문만 처리하는 방식)이 주요 배달앱들에 도입되면서 더 크게 뛰었다. 단건 배달은 배달원 측에 내는 '배달대행료'가 더 비싼 탓에 소상공인들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나 음식값을 더 높게 잡았다. 소비자 한모(23) 씨는 "배달앱 충성도가 높은 나조차도 지난달 앱을 무심코 열어보니 회원 등급이 VIP에서 일반회원으로 내려갔더라"며 "3천원은 기본으로 생각해야 하는 배달비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써왔다면 현재는 상황이 그만큼 변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고물가 현상에 외식(배달 포함) 시장을 아예 이탈한 소비자들이 적잖이 있는 것도 배달앱 이용자 수 감소에 한몫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4% 올랐다.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최고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외식 물가엔 음식값뿐만 아니라 배달비도 포함된다. 작황 부진·사료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물가가 전방위로 오른 까닭에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집밥'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4~5월은 원래 주문 잘 안 하는 달" vs "예상치보다도 주문 건수 적어"
매년 성장세던 배달앱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음식서비스 집계가 시작된 2017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적게는 40%, 많게는 90%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음식서비스 거래 규모는 25조6천783억원으로 2017년(2조7천325억원) 대비 839.7% 커졌지만, 예상보다 빠른 배달앱 이용자 이탈 현상에 옛날의 좋은 시절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달앱들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 감소세를 보였던 4·5월은 좋은 날씨가 이어져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배달앱의 비수기라는 것이다. 무더워지는 한여름이나 한파가 부는 겨울엔 배달앱 이용자가 다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다만 배달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7~8월과 12~2월은 배달 주문 건수가 많이 잡히는 달이 맞다"면서도 "올해의 경우 비수기인 달에도 유독 배달 건수가 들어오지 않는 날들이 많아진다. 올해 들어 이탈하고 있는 배달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