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기자실은 청사 1층에 있다. 그렇다 보니 1층 현관을 통해 청사에 드나들 거라 생각하는 분이 많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청사 현관으론 가지도 못하고 청사 정면을 볼 일도 없다.
기자실이 1층에 있으니 청사에 들어오고 나가는 대통령과 가끔 자연스레 마주치겠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실을 청사 1층에 마련한 게 소통 때문이라고 한 만큼 당연한 예상이다. 당선인 시절 기자실을 청사 1층에 두고 자주 들러 소통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실을 1층에 둔 게 이런 이유라면 현재까진 그리 성공적이라 할 순 없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청사 구조를 설명할 순 없지만 말이 1층이지 1층이 아니다. 동선도 통제돼 갈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다. 기자실과 그 앞 공간을 활용해 만든 임시 브리핑 공간(공식 브리핑룸은 7월 오픈 예정), 그리고 남성의 경우 소변기 두 개짜리 화장실 정도다.
언론 담당 부서인 국민소통관실에도 못 간다. 이름은 소통관으로 바뀌었는데 더 폐쇄적이었다던 청와대 시절에도 왕래했던 당시 춘추관(현재 소통관) 사무실을 지금은 갈 수가 없다. 1층에 있다고 해서 오다 가다 대통령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다. 기자실도 입주 후 인사차 한 번 들렀다.
그래도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는 느낄 수 있다. 출근길 청사 도착 후 잠시 선 채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덕분이다. 대통령으로선 꽤 성가신 일이고 귀찮을 법하지만 피하지 않고 거의 매일 기자들과 출근길에 대면한다. 매번 성의 있게 대응한다고 할 순 없지만 질문에 대체로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답변한다. 충분히 논란이 예상됨에도 말을 돌리거나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생각을 전달하는 편이다.
대통령실도 매일 현안 브리핑이나 백브리핑을 하면서 소통에 애를 쓴다. 그러나 박수 쳐 줄 정도는 아니다. 이전 정부 청와대 시절엔 거의 매일 브리핑과 백브리핑뿐 아니라 주 2회 오전 춘추관장(현 소통관장) 티타임, 주 2회 오후 국민소통수석(현 홍보수석) 티타임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대통령보다 더 보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또 백브리핑에선 사안이 민감할수록 방어만 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기고 논란이 확산된다. 불필요한 신경전과 소모전이 발생하고 답답함과 불신도 생긴다.
최근 잇따른 김건희 여사 논란 때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봉하마을 방문 당시 동행인들과 김 여사의 관계, 이들의 신분 및 채용 절차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궤변에 가까운 해명을 했다. "코바나컨텐츠(김 여사가 최근까지 운영했던 회사) 출신이지만 지금은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으니 코바나컨텐츠와 관련이 없다"가 그중 하나다. 언어유희다.
대통령 집무실 사진 촬영 및 외부 공개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을 누가 찍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직원은 아니다"고 했다가 "찍을 만한 분이 찍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대통령실 직원이 찍었다"고 말을 바꿨다. 카메라 주인이었던 김 여사를 언급하지 않으려다 말이 꼬이고 복잡해진 것이다. 이는 거짓 브리핑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전임 정부가 거부했던 자료 공개와 관련된 질문에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거기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물론 사안의 경중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통령의 소통 마인드가 이러하다면 대통령실도 소통에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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