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찾은 대구 중구의 한 편의점 계산대 앞 윗자리의 중앙 매대엔 스틱·환으로 된 숙취해소제와 홍삼스틱이, 그 옆 가장자리는 젤리류가 자리하고 있었다. 편의점 계산대 앞 매대 1번지의 상징이던 껌은 2, 3번째 매대로 내려가 있었다. 편의점 직원은 "숙치해소제나 홍삼스틱은 1주일에 3~4번, 젤리류는 1~2번 정도 채워 넣는다"면서도 "껌류는 거의 잘 채워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28) 씨는 한동안 '껌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고 했다. 학창 시절 구취 제거를 위해 1주일에 3, 4번은 씹었지만, 대학생 이후 구강청결제로 갈아타면서부터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항상 쓰고 다니면서 구취에 대한 걱정이 줄기도 했다. 최 씨는 "계속 씹다가 턱관절이 당길 것 같아 앞으로도 일부러 찾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껌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단순히 맛을 즐기기 위한 목적보다 구취·충치 제거 등 기능성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껌이 점차 대한민국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젤리가 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껌은 마스크와는 상극이어서다. 마스크를 벗는다고 해도 2000년대 전성기로 돌아갈 것 같지도 않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가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천210억원이었던 국내 껌 시장은 지난해 2천54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어 오는 2025년엔 2천500억원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때 남녀노소 즐겨 씹던 껌이 왜 외면받고 있을까.
◆껌의 대체식품 젤리
우선 입 안 상쾌함을 위해 '씹고 뱉는' 껌 소비가 '씹고 삼키는' 젤리 등 사탕류로 옮겨가면서다. 단물이 빠지고 딱딱해질 때까지 씹는 껌과는 달리 적당히 씹고 맛본 뒤 삼킬 수 있는 젤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사탕류 시장 규모는 껌 시장과 반대 그래프를 나타낸다. 2015년 5천580억원이던 사탕류 시장 규모는 작년 7천360억원까지 늘어난 뒤 2025년엔 8천19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껌 시장보다 1.7배 크던 사탕류 시장은 2025년엔 3.3배 격차가 나게 되는 것이다.
국내 껌 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가 7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해태제과와 오리온이 나머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3사의 껌 제품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롯데제과 껌은 2005년 출시했던 '블루베리'도 단종되는 등 점차 사라지면서 지금은 '자일리톨'·'쥬시후레쉬'·'아이디'·'후라보노' 등 11종만 남았다. 해태제과와 오리온은 각각 4종만 유통·판매되고 있다.
하락세던 껌 시장에 기름을 부은 건 코로나19다. 그나마 구취·충치 예방 등 기능성으로 이용되던 껌 소비마저도 마스크를 착용하게 돼 씹기 불편한 까닭에 판매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GS25에 따르면 편의점 껌·캔디·젤리 중 껌 판매량 비중은 2019년 20.4%에서 2020년 15.7%로, 작년엔 13.1%까지 줄었다.
엔데믹(풍토병화) 시대가 왔지만 껌에 대한 소비자 기호는 이대로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으로 껌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은 좋은 구실일 뿐"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대체 간식의 다양화로 껌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을 했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업계도 껌보단 젤리 같은 간식의 이색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껌 신제품 출시는 '글쎄'...젤리 등 상품 강화 전략이 대세
오리온은 지난 27일 '와우'에 색깔을 입힌 풍선껌으로 리뉴얼 출시한다고 밝혔다. 검은색 풍선을 불 수 있는 '와우 블랙레몬'이 작년 11월 출시된 데 이어 기존 3종인 '탱글포도'(초록색), '쿨소다'(파란색), '톡톡콜라'(빨간색)에도 색깔을 입히겠다는 것이다.
롯데제과가 1972년에 내놓은 '후레쉬민트'는 지난 2017년 단종됐다가 4년 만에 다시 나왔다. 하지만 재출시 1년 만인 올해 또다시 유통·판매를 중단했다. 업계에선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관심을 닫고 있는 '껌'이라는 기호식품의 한계"라는 분석이 나왔다.
껌을 판매하는 빅 3사는 하향곡선을 그리는 껌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젤리 같은 전망 좋은 사탕류 제품 출시에 더 열심이다. 오리온은 포도 젤리 브랜드인 '마이구미'에 '알맹이 시리즈'(자두·포도)를 지난 4월 선보인 뒤 지난달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0% 급증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는 '수박바'·'죠스바' 등 자사 대표 제품을 리뉴얼해 만든 젤리를 내놓은 데 이어 작년엔 '죠스바 아이스 톡톡 젤리'를 내놨다. 해태제과는 과자 '후렌치파이'를 본뜬 '후렌치파이 젤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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