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솟는 소비자물가에…가계·자영업자·직장인·기업 ‘죽을 맛’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 에너지·원자재를 비롯해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도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폭이 전월(5.4%)보다 커졌다. 품목별로 보면 감자(37.8%), 수입 쇠고기(27.2%), 닭고기(20.1%), 돼지고기(18.6%) 등이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래시장에 진열된 감자. 연합뉴스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 에너지·원자재를 비롯해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도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폭이 전월(5.4%)보다 커졌다. 품목별로 보면 감자(37.8%), 수입 쇠고기(27.2%), 닭고기(20.1%), 돼지고기(18.6%) 등이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래시장에 진열된 감자. 연합뉴스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 연합뉴스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 연합뉴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를 기록하면서 가계, 자영업자, 직장인, 기업 등 우리 사회 각종 경제주체가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달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 영향으로 에너지·원자재는 물론, 외식·농축수산물 등 체감이 빠른 물가마저 오르면서 전월 5.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하반기 물가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빅 스텝'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을 피하려면 한국은행이 꾸준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가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직접 민생 현장을 챙기겠다.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여건상 국내 대책만으로 고물가를 잡기는 역부족이란 전망이 많지만,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장인은 점심값 걱정, 주부는 장바구니 보며 한숨

치솟는 물가를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경제주체는 직장인과 주부다.

대구 반월당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모(30) 씨는 오른 물가에 울며 겨자 먹기식 '하루 만원으로 살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한 씨가 1~2년 전 점심을 해결하려 자주 가던 중국집의 짜장면 가격은 5천원에서 올해 7천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제 직장 동료와 점심을 해결하려면 1~2만원은 우스운 지경이 됐다.

한 씨는 "점심값으로 이 정도 돈을 쓸 거면 아예 사 먹지를 말자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돈을 벌려고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 씨는 식당과 카페를 가지 않으려 직장에 도시락을 싸오고, 텀블러에 커피를 태워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외식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 오르면서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5일 대구 한 대형마트에서 팔고 있는 밀가루 1㎏ 가격은 지난해 같은 날(1천120원)보다 67.9% 오른 1천8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금겹살'이라고 불리는 수입 돼지고기 삼겹살(500g)은 14.0%(1만1천750원→1만3천400원), 신라면 5개입은 8.9%(3천380원→3천680원) 올랐다. 마트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려 산지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가격 상승을 완전히 억제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주부 강모(58) 씨는 "마트에 한 번 갈 때 예산이 2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장바구니에 담기는 식재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마트에서 파는 수박이 2만원 후반대여서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부담 떠안는 자영업자, 기업은 이자 걱정

자영업자와 기업에 물가 상승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대구 북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7) 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음식값은 올릴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손님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물가 때문인지 매출이 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음식값을 올려 오른 재료비를 만회해야 하지만 소비심리가 이렇게 위축된 상황에서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엔 허리띠를 졸라매 생활비를 줄이든지,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찾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품목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농축수산물 4.8%, 돼지고기 18.6%, 배추 35.5%, 감자 37.8% 등 골고루 올랐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소비자물가 상승에 손님은 지갑을 닫게 되고, 활발한 소비를 기대했던 자영업자에게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고,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의 진입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은 늘어난 이자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66) 씨는 "최근 대출을 일으켜 사업장을 확장했는데 금리가 오르다 보니 갚아야 할 이자가 너무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고 하는데, 사업에 집중이 안 될 지경"이라고 했다.

이 씨는 "원자재 일부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에서 제조단가는 오르고 납품단가에 반영은 안 되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물가가 안정돼 전체적인 기업경영에 숨통이 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의 원인이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있다 보니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은 공급이 해결돼야 한다"면서도 "한은은 물가 위주의 통화정책으로 최대한 물가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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