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가리는 양산은 18세기에 발명된 우산에서 유래됐다. 남성들은 비를 막는 행동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해 비를 그냥 맞거나 모자를 썼다. 이후 우산은 대중화됐지만 양산은 오랫동안 중년 여성들의 애용품이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 양산 쓰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대구시의 '양산 대여소 운영 현황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용자 중 41.2%가 남성이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남자인 셈이다. 20, 30대 남성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화장하는 남자처럼 양산 쓰는 남자도 젊은 층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것이다.
양산 사용을 꺼리는 남성들은 여전히 많다. 양산은 들고 다니기 거추장스럽고 여성들만 쓰는 제품이라는 편견이 강한 탓이다.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양산은 대부분 꽃무늬가 있고 화려한 색상이어서 거부감을 불렀다. 지난해 표준국어대사전 '양산'의 뜻풀이에서 여성과 관련된 부분이 공식 삭제됐다.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이라는 뜻풀이에서 '주로, 여자들이' 부분이 제거됐다. 대구시는 양산 기피 현상을 없애기 위해 올해는 우산과 비슷한 디자인의 양산을 도입했다.
불볕더위를 이기려면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에어컨에 의지하면 되지만 출퇴근 등 밖에 나갈 때는 양산이 최선의 방법이다. 폭염에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를 낮추고, 탈모 예방에도 효과적이고, 자외선 차단도 모자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데 양산을 쓰면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
대구시는 최근 폭염에 대비해 각 구·군청, 도시철도공사, 관광안내소 등 모두 210곳에 '양심 양산' 1만4천950개를 배치했다. 구태여 비싼 돈 들여 구입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양산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공짜로 양산을 빌려 땡볕을 피할 수 있다. '따가운 시선'보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양산 쓰는 대구 남자가 더 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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