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이준석 두고 "모두 한솥밥 먹는 식구였지, 원수 아냐"

김미애, 이준석.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연합뉴스
김미애, 이준석.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연합뉴스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 페이스북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 페이스북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하루 앞둔 8일 비대위 구성즈음에 자동 해임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장문의 소회를 밝혔다.

이준석 대표의 지난 1년여 활동에 대한 따끔한 비판뿐 아니라, 야인으로 돌아갈 이준석 대표의 향후 행보를 응원(?)하는 뉘앙스도 담았다.

사실상 당 대표 임기를 하루 남겨둔 이준석 대표에게 쓴 편지글 같다는 느낌도 준다.

최근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이 이준석 대표에 대해 정치공학적 비판 내지는 비난 일변도의 발언만 쏟아내고 있는 점과 비교된다.

▶김미애 의원은 이날 오후 8시 23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초심, 비빔밥이 그립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비빔밥'은 이준석 대표가 지난해 6월 11일 국민의힘 초대 당 대표에 선출된 후 밝힌 수락연설의 핵심 키워드였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10가지 넘는 고명이 각각의 맛과 색채를 유지하면서 밥 위에 얹혀 있을 때이다. 우리 사회의 달걀과 시금치, 고사리와 같은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글 서두에서 김미애 의원은 "지난해 6월 11일, 한국 보수정치는 원내 경험이 전무한 30대 이준석 대표를 당 간판으로 내세웠다. 신선했다. 여의도 문법이 다시 쓰인 순간이었다.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며 "수락 연설도 마음에 들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통합과 공존'을 강조한 '비빔밥', 그런데 1년여 지난 지금, 그 비빔밥이 몹시 그립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가 직접 약속했던 '비빔밥론'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김미애 의원은 "작금의 갈등은 접점이란 게 없어 보인다. 한줌 모래와 같은 권력을 내려놓아야 출구가 보일 것인데, 그걸 꽉 움켜잡고 있으니 그간 쌓은 공과 명예도 새어나간다. 지난 3차례 선거 승리가 약이 아니라 독인가 싶은 우울감 마저 든다"고 했다.

이어 "당 내홍의 책임은 이론의 여지 없이 당 대표가 가장 무겁게 져야 한다"면서 "가급적 당내 소통으로 갈등을 조정해야 함에도 SNS, 언론을 통해 밖으로 목소리 내는 데 집중했다. 그 기저에는 대표인 자신의 말만 정론이 된다는 오만이 자리했다. 여론을 읽고 언론을 다루는 기술은 빼어날지 모르겠지만 패착이었다고 감히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유를 막론하고 본인이 임명한 윤리위 징계 의결을 겸허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도리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약점과 꼬투리를 잡아 끊임없이 갈등을 키웠다. 본심은 알 길이 없지만, 국정과 당의 안정보다 나의 안위가 우선인 것처럼 비치는 게 사실"이라고도 의견을 밝혔다.

김미애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지난 1년 및 현재를 두고 "젊은 열정과 전략으로 새로운 활기와 기대감을 줬으나, 소통과 화합으로 연결되지 않아 많은 당원들이 노심초사했고, 지금도 불안해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게 한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김미애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당 비대위 전환에 따른 자신의 당 대표직 해임을 두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예고한 것을 두고는 "당원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일련의 사태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며 "탄핵의 정당성을 차치하더라도 국민 투표로 선출한 대통령 탄핵에 당원 신분으로 동조하지 않았나"고 다른 사례로 비유, "지금의 논리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또한 법적 싸움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정치의 사법화'다. 정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어느 때보다 정치력을 발휘해 정치로 해법을 모색하고 정치로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지난해 6월, 이준석 초심의 진정성이 인정받고 비빔밥 論(론)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이준석 대표의 과거 발언으로 현재 이준석 대표의 언행을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김미애 의원은 "막다른 지경에 이른 게 매우 안타깝고 만감이 교차한다. 갈등이 증폭될 때 감정을 억누르고 잠시 숨을 고를 순 없었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기성정치인들이 야비하다고 느낀 것일까"라고 이준석 대표의 속마음을 유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지위에 걸맞는 언행, 특히 집권당 대표로서 국정 운영의 동반자 역할에 충실해야 했지만 그 대의를 소홀히 다뤘다"고 지적했다.

글 말미에서 김미애 의원은 "이제라도 국정 동력이 소진되지 않도록 결단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패에 국민의힘 나아가 이준석의 성패가 달렸다"고 보수 진영을 두고 일종의 공동운명론을 언급, "모두가 한솥밥 먹는 식구였고 동지였지, 원수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김미애 의원은 글 맨 끝에서 "어제 오후에 썼다가 하루를 묵혔다가 올린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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