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패션계에 동양인 모델들이 런웨이에 많이 올라가는 추세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하이패션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동양인 모델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 때문에 우리나라 모델들도 많이 진출해있다.
그런 한국인 모델 중 박승현 씨는 또 다른 입지전을 쓰고 있는 모델이다. 박 씨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혈혈단신 서울에 와서 모델 에이전시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신의 힘 만으로 서울 패션 위크 런웨이에 섰고, 이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의 패션쇼를 통해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올해 24살인 박 씨가 패션모델의 꿈을 꾸게 된 건 19살 때부터다.
"친 형이 의상 디자인 쪽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옷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고 모델 일을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18살 때까지 하던 축구를 그만두게 되면서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던 시기기도 해서 모델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 때부터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 보다는 해외로 가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시긴 했는데 의지를 계속 보여드렸더니 나중엔 응원해 주셨어요."
모델로 진로를 잡은 박 씨는 따로 모델 에이전시를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디자이너들에게 돌리면서 자신을 알렸다. 서울에는 에이전시에 소속된 모델 뿐만 아니라 박 씨와 같은 프리랜서 모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고, 박 씨도 그 틈바구니 속에서 공개 오디션과 사진 화보 촬영 등의 일거리를 잡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다.
그 결과 박 씨는 2019년 서울 패션 위크에서 4개 브랜드의 모델로 패션쇼에 데뷔하게 된다. 그러다 병역 문제를 일찍 해결하고자 입대를 했는데, 입대 전에 해외 진출 결심에 더욱 불을 지피는 경험을 하나 하게 된다.
"입대 한 달 전 쯤에 런던으로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길거리 캐스팅'을 받게 됐어요. 'H&M' 이란 브랜드의 모델 오디션을 보고 촬영까지 다 했죠. 굉장히 많은 스태프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촬영을 했는데도 제 사진이 결국 쓰이지 않았어요. 훈련소에서 그걸 알게 됐을 때는 실망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에 대해 담담해지는 법도 함께 배웠죠. 그러면서 해외 진출을 더 하고 싶어졌어요."

전역 후 해외 진출은 런던에서 만났던 모델과 에이전트가 도움을 줬다. 해외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 후 유럽 각지의 패션쇼에 서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던 중 '돌체 앤 가바나'에서 러브콜이 왔다. 박 씨가 데뷔 무대로 선 '돌체 앤 가바나' 패션쇼는 그 브랜드의 오뜨쿠뛰르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여서 더욱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데뷔 무대를 이처럼 대형 명품 브랜드와 함께 하게 된 소감을 물어봤다.
"유럽 무대는 저의 개성과 저만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좀 더 살려주는 방식으로 일을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제가 겪어왔던 다른 무대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 제가 크게 바뀌었다고 느끼기 보다는요, 오히려 더 다듬어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제 시작인거죠."
"은퇴할 시점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박 씨는 패션모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려 하기 보다는 자신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챙길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 직업은 정말 자기가 좋아해야 길게 할 수 있는 직업이다보니 자신이 뭘 잘하는지를 아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워낙 다양한 체형의 모델도 많으니 어떤 모습이 가장 자신있는지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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