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법관 기피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대구지법에 접수된 형사재판 법관 기피·회피·제척 신청은 모두 160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중앙지법(426건)과 수원지법(243건)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인용 건수는 0건이었다.
민사재판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년 간 대구지법에 301건의 민사재판 법관 기피 신청이 접수됐지만 인용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간 대구지법에서만 민·형사를 통틀어 461건의 기피 신청이 접수됐지만 인용 건수는 1건(0.21%)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10년 간 전국에서 접수된 법관 기피·회피·제척 건수는 모두 8천798건에 달했지만 인용 건수는 15건 뿐이었다. 민사는 6천791건 중 5건이, 형사는 2천7건 중 10건이 인용됐다. 전체 신청의 0.17%만 인용됐다.
공정한 재판을 보장받도록 하려고 만들어진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원이 재판 지연 등의 목적으로 제도가 악용되지 않게 하려고 기피 신청 심리를 엄격하게 진행하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사법정책연구원에 맡긴 상태라고 기 의원은 설명했다.
기 의원은 "법관 기피신청의 낮은 인용률은 사법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만 일으킬 뿐"이라며 "제도 남용 가능성을 걱정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관 기피·회피·제척 제도=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을 바꿀 수 있는 제도. 법관 스스로 배제를 요청하면 회피, 특정 사유에 따라 자동 배제될 경우 제척, 소송 당사자가 법관 교체를 신청하면 기피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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