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 대담] "‘대한민국 핵무장’ 목소리는 당연…美 가시적 조치 내놔야"

"이익과 비용 냉정하게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학자·정치인 핵보유 목소리 자연스러운 현상…대통령은 신중해야

대담 중인 백승주 전 국회의원(왼쪽)과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
대담 중인 백승주 전 국회의원(왼쪽)과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

북한이 보름 새 7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대한민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뿐 아니라 이참에 핵무기를 아예 자체 개발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핵무장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핵무장' 관련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과 백승주 전 국회의원과 함께 '대한민국 핵무장'에 대한 긴급 전문가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12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국제안보교류협회에서 이호준 서울뉴스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대담자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국제안보교류협회 회장)

백승주 전 국회의원(전 국방부 차관)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겠다. '부국강병'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핵무장'은 할 수만 있다면 하면 좋은 것 아닌가.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이하 한)=국제질서를 살펴보면 현재 9개의 핵 무장국과 184개의 비핵보유국으로 나뉜다.

핵보유국이 중심이 돼 '핵확산금지조약(NPT·Non-Proliferation Treaty)을 만들어 나머지 나라가 핵무기를 가지지 못 하도록 국제질서를 잡아놨기 때문에 현재로선 핵무기를 가지려고 하는 나라들은 불법 국가가 된다.

핵확산금지조약을 위반하는 국가가 되기 때문에 마음대로 핵을 가질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인 1972년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는데 1974년에 미국이 낌새를 알아채고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간섭을 많이 했다.

그래서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받다가 1976년 1월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 우리가 다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하면 그 당시 겪었던 모든 어려움을 다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핵무장을 안 하는 게 맞나.

백=개인적으로는 현재의 NPT 질서를 지키는 것이 좋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핵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확장억제 개념이 나온다.

다만 미국에 의한 핵우산에 허점이나 빈틈이 보여 우리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면 핵은 가져야 한다. 그때를 대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과 실제로 핵을 개발하는 시점 사이를 시간적으로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정도의 국가전략은 필요하다고 본다.

한=핵무기를 보유하려면 우라늄 농축시설과 재처리 시설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평화적 이용 목적일 때만 가능하다. 독일이나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이 이들 나라와 동맹을 맺고 '핵우산 등을 제공해 줄 테니까 핵무기를 만들지 말라'고 해서 안 만든 것이다.

▶핵무기를 두고 비대칭전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들 한다. 기존 재래식 무기와 비교해 핵무기는 어떤 위상을 갖는 무기인가.

백=살상 능력 측면에서 재래식 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도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다.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74발의 미사일을 쐈는데 사망자는 11명 정도였다.

미사일의 경우 직격에서 파괴하면서 어떤 파편을 가지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유발한다. 하지만 철골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으면 살상 능력을 발휘하지 못 한다.

보통 미사일이 떨어지면 불에 타 죽거나 건물이 무너지면서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핵무기는 어떠냐. 폭풍, 열 복사선, 핵 방사선, 전자기파(EMP) 등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피폭지역은 방사능으로 오염돼 수 십년 동안 버려진다.

1998년도에 CIA가 서울 용산구 상공 500m에서 핵폭탄이 터졌을 때를 가정해 피해를 추산한 적이 있다. 4.5km 반경 안에 있는 생명체는 폭발 즉시 모두 사망한다. 반경 10km까지도 사망자가 어마어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히로시마에 15kt짜리 우라늄탄을 터뜨렸을 때 히로시마에 살던 15만 명이 다 죽었다. 그리고 수 십년 동안 히로시마에 아무도 살지 못 했다. 나가사키는 히로시마보다 적은 6만 명 정도가 살고 있었는데 다 죽었다.

1945년에 15k~20kt짜리 원자탄이 터졌을 때 그렇게 되는데 지금은 70년이 흘렀으니 성능이 얼마나 강해졌겠나. 앞서 얘기한 대로 용산 미군기지 위에서 북한이 핵폭탄을 터뜨리면 60만명에서 100만명이 죽는다는 분석이 있었다.

매일신문은 12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국제안보교류협회에서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과 백승주 전 국회의원과 함께 이호준 서울뉴스부장의 사회로
매일신문은 12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국제안보교류협회에서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과 백승주 전 국회의원과 함께 이호준 서울뉴스부장의 사회로 '대한민국 핵무장'에 대한 전문가 대담을 가졌다.

▶북한의 핵무기 관련 기술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는 의견도 나오다. 어디쯤 왔다고 보면 되나.

백=핵무기 체계의 완성이라는 용어를 살펴보면 먼저 핵탄두를 개발하는 하는 것이 첫째고 두 번째는 이 핵탄두를 전술적으로 운용하는데 필요한 딜리버리(delivery)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딜리버리 시스템은 미사일과 폭격기 두 가지 형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폭격기를 사용했는데 요즘은 거의 미사일을 통한다. 북한은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핵탄두 개발에는 성공했다고 본다. 아울러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도 다양하게 갖췄다고 본다.

이미 북한은 지상발사대, 잠수함, 기차 등 다양한 발사방식을 보여줬다. 핵탄두를 다양한 딜리버리 시스템으로 운송하려면 핵탄두를 소형화해야 한다.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중량에 맞춰 핵탄두를 만드는 식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하기 위해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
한용섭 전 국방대학교 부총장

한=김정일 집권 당시 플루토늄탄을 완성했다.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이 김정일 집권 당시 파키스탄으로부터 도입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우라늄탄을 만들 만한 능력도 갖췄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우라늄탄 실험을 했다. 6차 핵실험은 수소탄 실험이었다. 북한은 핵무기 다중화에 성공했다. 다중화라고 하면 핵무기를 종류별도 다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그 다음 관심사가 소형화와 경량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는 700kg부터 1t까지 무게를 실을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 같은 경우는 300kg에서 500kg 정도를 줄여야 한다.

북한은 이미 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이룬 것으로 본다.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 실제 작전에 활용할 수 있는 작전부대를 만들고 있다.

▶최근 북한이 핵무력 사용 정책을 법제화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훈련 지도에 나섰다.

한=지난달 북한이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했는데 그 내용 가운데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 발표를 하려고 하면 적어도 5~6년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인도, 파키스탄, 중국의 핵 정책을 모방해 북한의 실정에 맞게 정리를 한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핵무력 사용 정책 법제화와 관련한 북한의 의도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김정은은 '이제 우리(북한)는 핵무기를 가진 성숙하고 책임 있는 핵 보유국이다'라는 위상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핵정책을 구체적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어서다.

북한은 한국이 선제타격을 하기 전에 한국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엔 핵 능력만 있었지 이를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체계를 공개한 적이 없다.

이번에 그 공백을 메운 것으로 보여진다.

백=법제화 내용을 보면 일반론적으로 개념을 설명하고 뒤에 특정 상황 같은 것을 열거해 놨다.

특이한 점은 '작전상 주도권을 확보가 필요할 경우'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건 해석하기에 따라서 시도 때도 없이 언제든지 김정은이 마음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우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북한이 핵무기로 남한을 위협하는 상황을 궁극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 억지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술핵 배치는 어떤가.

백승주 전 국회의원(전 국방부 차관)
백승주 전 국회의원(전 국방부 차관)

백=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으면 공포의 균형이 이뤄져 북한이 핵을 사용할 엄두를 못 낼 것이라는 생각은 상식적이다. 구체적으로 핵우산에 대한 생각을 해야 된다.

확장억제라는 개념이다. 미국은 동맹국이 핵무기 공격을 받지 않고, 재래식 공격을 받더라도 갖고 있는 핵무기를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미국이 동의를 해줘야 가능하다.

지금 전술 핵무기를 재반입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필요할 때 핵 사용 권한을 가진 미국이 한국 입장을 들어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

한=한미동맹은 확장억제력을 제도화해야 된다.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된다. 독일 같은 경우는 소련이 독일의 핵무장을 극도로 걱정했다. 그래서 미국에 서독이 핵무장하는 것을 꼭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미국은 독일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 이중 키 만들고 미국과 독일이 열쇠 하나씩 가지자고 하고 실행했다. 우리의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고 우리는 못 가졌는데 미국은 우리가 우라늄 농축하는 것도 못 하게 한다. 말로만 하는 확정억제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드배치 때 국내 갈등 양상을 생각해 보면 추측할 수 있다.. 전술핵 들어오는 과정에서 자칫 국내 갈등을 넘어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기본적으로 우리가 우리 기술로 개발해 보유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백=독자적 핵무장을 하려면 우라늄 고농축 시설 풀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가져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72년 9월 한국의 자체적인 국내 핵연료개발계획, 즉 핵무기 개발계획에 나선다.

캐나다에서 수입한 중수로(지금은 월성 1호기)에서 천연우라늄 빼내고, 재처리 시설은 프랑스에서 도입해 플루토늄 탄을 1980년쯤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중수로 못 들여왔다. 프랑스 재처리 시설도 못 들어왔다. 된 것이 없다.

평화적인 농축과 재처리도 못 하는 상황에서 그때 미국의 의심을 샀다. 미국의 의심을 사면 재료도 마련할 수 없다. 핵과학자들을 만나보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가 순도 95% 이상의 플루토늄, 두 번째는 개발기술이다.

기술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 기술은 있는데 원료를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려면 무리를 해야 한다. 결국은 정치지도자의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국제 여건이 허락되느냐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기 전에도 정치권에선 핵무장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백=학자들이라든지 정치인들이 핵보유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자기 소신껏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군통수권자이자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익과 비용을 냉정하게 보고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미국이 확장억제를 공언한 마당에 우리가 핵무장에 나서면 한미 간에 동맹이 완전 종결될 우려가 있다. 지금은 미국의 확장억제 구상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른 기회를 봐야 한다. 나아가 우리도 미국을 상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내 핵무장 여론이 50~70% 정도로 높지만 핵무장을 하지 않고 있으니 미국도 말로만 확장억제를 할 게 아니라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으라고 압박해야 한다.

국내 여론에 떠밀려 핵무기를 그냥 숨어서 만들다가 들키면 제재만 당하고 북한에 핵 개발 명분까지 제공하게 된다.

▶역대로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남북관계를 많이 봐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주도권을 잡기를 희망하고 있고 그 계기가 핵무장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한=핵무기하고 남북관계 주도권은 관계가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이유는 한반도 상황을 북미게임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NPT를 탈퇴한 이유도 미국과 마주앉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동문서답을 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겉으로는 담대한 구상 등을 밝히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되 비밀스럽게는 북한 자유화 운동을 공작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문제 등 약한 고리를 건드려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거 없으면 주도권 잡을 수 없다.

백=핵무장을 한다고 해서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는 없다. 북한이 이미 가진 것을 우리가 가진다고 무슨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겠나. 북한이 가지지 못한 것, 그러니까 인권, 자유, 외부사조 유입 등이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 핵 문제를 제1과제로 다뤄야 한다. 지금처럼 곁다리로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 주도권은 북한이 싫어하는 것, 북한이 약한 것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것이 인권이고 자유다.

사회=이호준 서울뉴스부장

정리=유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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