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초유의 야당 당사 압수수색…전 정부·이재명 동시 타깃

‘강제 북송’, ‘서해 피격’ 관련 문 정부 실세 조사…문 前대통령 턱밑까지 향한 듯
검, 19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소환…탈북어민 강제 북송 관련
서해 피격 관련 전 국방장관, 전 해경청장도 구속영장
이재명 측근 김용도 19일 체포…이재명 연관성 수사 전망
당사 압수수색에 민주당 '국정감사 중단' 선언도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인사들을 향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체포, 소환조사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민주당은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초유의 일'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가 전임 정부와 이 대표 핵심 관계자까지 닿은 만큼 최종 책임자 소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은 18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19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고리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데 노 전 실장이 관여한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국민의힘 국가안보 문란 실태조사 TF(태스크포스)는 북송 방침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2019년 11월 4일 청와대 대책회의를 주재한 노 전 실장을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고발한 바 있다.

정치권은 검찰의 서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노 전 비서실장 피고발인 신분 소환 등을 두고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 턱밑까지 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도 날이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하고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를 비롯한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수억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부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법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김 부원장 체포가 이재명 대표 선거운동 자금 수사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오가고 있다. 검찰이 개인 비리 수사만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 대변인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거 대책본부 부본부장을 지냈다.

여야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50년 집권으로 묻어두려던 범죄 실체가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며 "쌍방울, 이스타항공, 대북코인 등 밝혀야 할 범죄와 비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부원장 수사를 위해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움직임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전임 정권은 물론 당 대표이자 유력 차기 대권 주자를 동시에 타깃으로 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당분간 정치권은 사정 정국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기정사실이자 시간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19일 저녁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사무직당직자노조 관계자가 검찰 규탄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