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어머님이 저희들 곁을 떠나가신 지 지난 4월 이후로 여섯 달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머님이 쓰시던 방을 청소하다가 어머님 사진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뭐가 급해서 시아버님과 자식들을 두고 홀연히 떠나가셨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어머님과 함께 살아온 세월을 세어보니 37년 정도더군요. 1985년 처음 시집 와서 남편은 울산에 있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떨어져 지내던 때, 처음에는 어머님이 참으로 무서웠답니다. 그 때 제겐 어머님 뿐만 아니라 시할머니, 시동생까지 모시고 챙겨야 했고, 게다가 남편은 객지에 있어 저 혼자 낯선 곳에 있음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친정은 고사하고 어디 나가는 것도 어머님의 눈치를 봤던, 그래서 늘 어머님 앞에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지요.
남들은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 유별나다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머님이 음으로 양으로 맏며느리인 저를 너무나도 잘 챙겨주셨던 걸 압니다. 어머님은 "어디 가서 함부로 얻어먹고 다니는 것 아니다"라고 하시며 어디 나갈 때면 용돈도 잘 챙겨주셨지요. 행여 서문시장에 나가 당신 옷을 사더라도 며느리 옷도 항상 한 벌 더 사셔서 마치 '커플 룩'처럼 입고 다니기도 했지요. 그래서 시어머니는 농담처럼 "맏며느리는 시집 올 때부터 내가 다 입히고 다녔다"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또 제가 고생할까봐 당신과 아버님의 빨래는 손수 하려 하셨던 모습도 다시금 기억납니다. 겉옷이야 세탁기가 편하니 내놓으셨지만 속옷은 "남의 자식 고생시키면 안된다"고 말씀하시며 직접 빨래를 하셨지요. 그 말씀이 어찌나 가슴에 남던지요. 그리고 항상 사람들을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으시면서 "어딜 가서든 말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하신 가르침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런 어머님의 '챙김'을 알기에 저는 오히려 어머님을 모시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설령 의견이 안 맞아 감정적으로 꽁해 있더라도 그 기간이 오래가지 않았지요. 어머님의 표정을 보고 제가 과일을 들고 가서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하면 어머님도 기분을 푸시고 저 또한 어머님 마음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됐지요.
10년 전 어머님이 노인대학에 나가시면서 어머님은 예전의 엄했던 모습보다는 훨씬 많이 웃고, 성격도, 말씀도 모두 한결 부드러워지셨죠. 그 때쯤부터 저는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어머님 또한 저의 바깥활동을 배려하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게다가 건강도 크게 변화가 없으신데다 남들이 보기에는 실제 연세보다 훨씬 젊게 보였기에 저희 곁에 더 오래 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몇 달 사이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시더니 급기야 저희 곁을 홀연히 떠나가셨네요.
어머님이 계시던 방에는 어머님이 쓰시던 물건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집을 돌아다니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자꾸 눈에 그려집니다. 왠지 어디선가 당신 손자들 이름을 부르며 나타나실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저희 곁을 떠나시고 나서 저는 자꾸자꾸 어머님이 생각납니다. '좀 더 살아계셨으면 잘 해드렸을텐데'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어머님의 빈 자리를 보며 어머님이 또 그리워집니다. 이제서야 어머님께 살아생전 꼭 해 드리고 싶었던 말을 이 편지를 통해 드려봅니다. 어머님, 감사했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사연 신청 방법
1.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혹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추모관' 배너 클릭 후 '추모관 신청서' 링크 클릭
2. 이메일 missyou@imaeil.com
3. 카카오톡 플러스채널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검색 후 사연 올림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