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 2022시즌 결산] <하> 약점은 채우고, 가능성은 키우자

부실한 중원 '땜질'로 버틴 2022시즌…미드필더 보강 시급
살림꾼 제카 포항으로 이적…외인 공격수 잘 살펴야
고재현·황재원 '폭풍 성장'…올 시즌 큰 소득

2023시즌부터 포항에서 뛸 예정인 제카. 연합뉴스
'하나원큐 K리그1 2022' 34라운드 서울과의 경기, 대구 세징야가 두 번째 득점 이후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대구FC 제공

어떤 위기는 슬기롭게 극복만 한다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프로축구 대구FC는 강등권에 내몰린 뒤 간신히 살아나는 과정에서 강점과 약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다음 시즌의 성공을 위해 부족한 점은 채우고 가능성은 더 발전시켜야 할 대구다.

◆부실한 미드필더진 최대 약점…수혈 시급

중앙 미드필더 자리는 올해 대구의 최대 약점이었다. 지난 6월 붙박이 주전이던 라마스를 계약 만료로 떠나보낸 뒤부터는 늘 부족한 자원으로 전술을 운영했다.

라마스의 대체자로 올 시즌 중반에 합류한 페냐는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의문만 낳았다.

측면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번갈아 가면서 뛴 패냐는 날렵한 체구에서 나오는 빠른 속도가 인상적이었지만,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 경합이나 패스 정확도 측면에선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런 단점들은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시즌 막판에 이르자 대구가 가용할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은 이진용과 플레잉코치인 이용래 정도였다. 가뜩이나 강행군 속에서 이들의 체력 부담이 커졌다. 중앙의 연결고리가 부실해짐에 따라지니 공수 모두 악영향을 받았다. 대구는 측면 수비수인 황재원과 장성원을 중앙에 투입하는 긴급 처방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올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중앙 미드필더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올해로 36세인 이용래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최소한 1, 2명의 영입은 필수적이다. 중원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이진용의 옆에서 정교한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선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3시즌부터 포항에서 뛸 예정인 제카. 연합뉴스

◆공격 삼각편대 해체…제카 대체자 찾아야

다소 불안했던 중원과는 달리, 올 시즌 대구의 공격진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세징야와 제카, 고재현으로 이뤄진 삼각편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위력을 더했다. 이 셋은 리그에서 32골을 터트리며 팀 전체 득점의 60% 이상을 책임졌다.

물론 그 중심에는 '대구의 왕' 세징야가 있었다. 올 시즌 몇 차례의 부상에 시달렸음에도, 리그에서만 12골 6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사실상 '프리롤'을 수행하면서 중원까지 내려와 경기를 조율하고, 필요할 때는 득점까지 올리는 등 출전한 경기 대부분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2022시즌 베스트11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했다.

삼각편대의 한 축을 담당한 제카의 활약상도 빠질 수 없다. 올해 초 심각한 부상을 당한 에드가를 대신해 임대로 합류한 제카는 성공적인 K리그 데뷔 시즌을 보냈다. 192㎝, 83㎏의 건장한 체격을 보유한 제카는 제공권과 강한 몸싸움 능력을 갖춘 데다 연계 플레이에도 능하다. 초반엔 다소 주춤했으나, 점차 팀에 녹아들며 이런 장점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중앙이 아닌 측면 공격수로 기용되면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골 결정력도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포항이 원소속팀 미라소우로부터 제카를 영입했기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는 대구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 공격진에 보강이 필요한 상황. 2023시즌부터는 K리그1 외인선수 보유 한도가 기존 '3(국적무관)+1(아시아축구연맹 가맹국)'에서 '5+1'로 늘어난다. 현재 대구의 선수단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3명의 국적무관 외인선수를 더 영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잘 활용해 준수한 외국 공격수를 1명 이상 영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스카우터진이 다시 한번 힘을 내야 할 때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 35라운드에서 대구 고재현이 득점 이후 세징야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FC 제공

◆신예들의 급성장은 최고 소득

올해 대구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신예들의 약진이다. 특히 1999년생 고재현과 2002년생 황재원은 나이가 믿기지 않은 활약으로 많은 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K리그2 서울 이랜드에 임대됐다가 복귀한 고재현은 대구에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발군의 위치선정 능력과 확실한 결정력으로 팀 내 최다 득점자로 거듭났다. 리그 32경기에서 13골을 터트렸다. 특히 고재현은 중요한 승부처마다 순도높은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에 일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륜고 축구부 주장 출신으로, 대구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황재원 역시 올해가 데뷔 시즌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주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뛴 황재원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왕성한 활동량과 역습 상황 시 빛나는 날카로운 크로스는 언제든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지난 5월, 6경기에 나서 1골 2도움을 올린 황재원은 '5월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리그 후반부에는 팀의 사정으로 중앙에 기용돼 장점을 살리기 어려웠지만, 본인이 선호하는 측면에서 뛴다면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다.

선수 영입이 제한적인 시민 구단 입장에서 이들의 성장세는 반갑기 그지없다. 앞으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이다. 이들과 함께 '장기 플랜'을 세울 수만 있다면, 대구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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