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학교] 경주 양동초교…조선시대 최고 양반가 전통과 기품 이어져

학문의 천혜 조건, 현재 재학생 72명 중 70명이 포항· 안강 출신

1941년 양동초교 수업 모습. 양동초 총동창회 제공
1941년 양동초교 수업 모습. 양동초 총동창회 제공
양동초등학교 전경. 박진홍기자
양동초등학교 전경. 박진홍기자

경주시 강동면 양동초등학교는 조선시대 최대 양반가의 학문 숭상 전통과 기품의 깊은 향기가 배여 있는 학교다. 지난 1909년 개교한 양동초교는 국내 최고 양반 집성촌인 양동마을에 위치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350여호에 불과했으나 과거급제자가 무려 116명이나 달할 정도로 마을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수재들을 배출했다.

과거 600여년 동안 양동마을에는 문(文)에 대한 우성인자가 유전된 듯하다. 이러한 전통은 현재 양동초교로 이어진다.

특히 양동마을의 지세는 매우 아늑하고 평온해 학문하기에 천혜의 환경을 제공한다.

조선시대 양동마을은 경북에서 가장 넓은 안강뜰을 가졌기 때문에, 그 경제적 기반을 토대로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할 수 있었다. 또 양동마을은 조선말 민족주의 의식도 강해 민족 계몽을 위한 신식교육을 일찍 도입했다.

당시 주민의식도 매우 높아 정부가 양동마을에 기차역과 면사무소, 주재소 등을 설치하려 하자 반대해 모두 무산시키는 한편 학교만 설립토록 했다. '학교 이외 기관들은 전통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이같은 양동마을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현재 양동초교가 폐교가 되지 않고 활발히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양동초교는 70년대초 전교생 수가 600여명에 달했으나 최근 젋은층 대부분이 대도시로 떠난 후 노령층만 남았다. 때문에 현재 양동초교에는 양동마을 출신 재학생이 2명에 불과한 반면 포항·안강 등지에서 무려 70명이나 유학오면서, 학교 명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것.

저학년부터 실시하는 수준 높은 영어·한문 교육과 양동마을의 목가적 교육 분위기가 매우 인기가 높다. 한옥 스타일로 지은 양동초교 건물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1909년 양동마을 여강 이씨의 서당인 강학당과 월성 손씨의 서당인 안락정이 합쳐져 양좌학교가 개교했다.

당시 양동마을의 정자 심수정에서 수업을 했고 1913년에 공립보통학교(4년제)로 개명했다. 1924년에는 6년제가 됐고 1941년에는 양동공립국민학교로 교명이 변경됐다.

1909년 개교한 양동초교는 심수정에서 첫 수업을 했다. 박진홍기자
1909년 개교한 양동초교는 심수정에서 첫 수업을 했다. 박진홍기자

6·25전쟁을 전후해 양동초교에 큰 비극이 닥쳤다. 양동초교 졸업생으로 일본 명문대 유학파 수재 15명이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모두 실종돼 버린 것. 대부분 학살 등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산주의는 수십년 뒤 전세계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사회 체제로 입증되면서 붕괴됐다. 그러나 당시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는 '절대적 평등을 내세운 공산주의'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양동마을의 많은 엘리트들이 이념 대결에 희생돼 버렸다.

그 와중에 불행 중 다행(?)도 있었다. '치열한 안강전투 때 양동마을 출신 북한 인민군 사령관이 고향에 대한 포격을 자제해 마을이 무사할 수 있었다'는 구전이 공공연히 전해지고 있다.

또 운 나쁘게 떨어진 포탄 한발이 학교 건물을 두동강 냈으나 도리어 주민들은 매우 반기며 교사를 이전해 버렸다. 이동건(84) 양동초교 총동창회 고문은 "지세를 가로 막는 교사의 방향이 바뀐 후 이상하게도 양동마을에 우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1941년 양동초교 새끼꼬기 대회. 앙동초교 총동창회 제공
1941년 양동초교 새끼꼬기 대회. 앙동초교 총동창회 제공

70년에는 인근 안계댐이 생기면서 안계리 주민 수백여명이 이주, 양동초교 학생수가 크게 줄기도 했다,

졸업생 중 유명인사로는 이원갑 (주)부방그룹 창업자, 이동건 (주)부방그룹 회장, 정수성 국회의원, 손흥락 삼덕물산 회장,이길구 동서발전 사장.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등이 있다.

이미경 4선 국회의원,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김영길 전 한동대 총장, 김호길 포항공대 초대총장, GS칼텍스 허동수 명예회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등도 양동마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양동초교 총동창회에서 오랜 세월 헌신적인 활동을 해 온 이동건 고문은 최근 사비 수십억원을 들여 양동초교 옆에 다목적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양동초교 총동창회에서 오랜 세월 헌신적인 활동을 해온 이동건(84) 고문
양동초교 총동창회에서 오랜 세월 헌신적인 활동을 해온 이동건(84)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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