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핼러윈 참사] 폭 4m 내리막길 빽빽한 인파 피할곳이 없었다

154명 압사, 피해 왜 컸나
좁고 가파른 길에 사람들 뒤엉켜…쓰러진 사람들 쏠려
심정지·호흡곤란 환자 수백 명…제때 구조와 CPR 이뤄지지 않아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골목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가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로 이어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좁고 가파른 골목길 지형에 통제 없이 몰린 대규모 인파가 피해를 키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사전 안전대책이 미흡했고, 사건 발생 후에는 경찰과 소방구조·구급 인력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 더해져 심정지 치료에 필요한 '골든 타임' 확보가 어려웠다.

참사가 일어난 장소는 이태원동의 중심인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는 45m에 폭은 4m가량이다. 성인 5, 6명이 서 있으면 꽉 찰 정도의 너비에 불과하다.

이 골목길은 대로와 이어져 있어서,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아래에서 올라가는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사고 당시는 통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양 방향에서 사람들이 몰려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밀집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아래쪽 일부 사람들이 쓰러지자 오르막길의 사람들이 밀려서 압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좁은 골목길 한쪽 벽은 호텔 외벽이어서 압사 순간에 피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했다. 외벽 반대편은 상가가 있어 일부는 가게 안으로 몸을 피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이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거나 다쳤다.

더군다나 사고가 발생한 29일 이태원에는 수만의 인파가 몰렸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마스크 없이 맞이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태원을 찾았다. 특히 이날은 토요일 저녁이어서 이태원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을 했지만, 어느 순간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골목 안은 움직일 수 없게 된 사람으로 가득했다"고 했다.

이처럼 일대에 몰린 많은 인파 탓에 사건 이후 출동한 경찰과 소방 인력은 구조에 애를 먹은 것으로 파악된다. 도로의 차량 혼잡을 비롯해 이면 도로 곳곳에 사람들이 많아서 접근이 어려웠고, 압사 장소에 도착해 여려 겹으로 깔린 피해자를 빼내려고 했지만 구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서와 사고현장은 약 100m 거리에 불과하지만, 도로 차량과 인도 인파를 헤쳐 구급대가 환자에게 도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이 때문에 심정지와 호흡곤란 등 위급상황에 필요한 '골든 타임'(심정지 후 4분 이내)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구급 인력도 부족했다. 심폐소생술(CPR)은 1대1로 해야 해 구급대원만으로 역부족이었고, 그래서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기도 했다.

사전 안전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용산구는 오는 31일까지를 '핼러윈데이 긴급대책 추진 기간'으로 설정하고, 이태원 일대 방역과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 등을 추진했다. 용산경찰서도 핼러윈 축제에 약 10만 명이 몰릴 것으로 보고 사고 이틀 전 '이태원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했다. 31일까지 범죄 취약 장소에 경찰력 200명 이상을 배치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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