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광희(대구 수성구 노인대학장) 씨의 제자 손계희 씨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경산 남천국민학교 졸업앨범에 있는 이광희 씨와 손계희(사진 속 동그라미) 씨의 모습. 이광희 씨 제공.
경산 남천국민학교 졸업앨범에 있는 이광희 씨와 손계희(사진 속 동그라미) 씨의 모습. 이광희 씨 제공.

1960년도에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만18세의 나이에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햇병아리 교사 생활이 시작 되었다. 미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로서 아이가 아이를 가르치는 꼴이 되었다. 72년도 경산 남천초등학교에서 6학년을 담임했는데 그 당시는 행정실이 없어 육성회비를 담임이 받아서 학교에 제출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김상훈이라는 아이가 필통 속에 넣어두었던 육성회비 500원이 없어졌다고 울고 있었다. 반장을 불러, 돈을 가지고 간 사람은 조용히 선생님 책상위에 갖다 놓으라고 하였으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남의 돈을 몰래 가지고 가는 것은 도둑이다. 오늘 찾을 때까지 수업은 안한다. 도둑질하는 사람에게 공부를 가르쳐 본들 상 도둑을 만드는 것 밖에 더 되겠느냐?" 하며 그 날 종일 수업을 안 했다.

그 이튿날도 돈을 못 찾아서 수업을 안 했다. 다른 반은 열심히 하는데 우리 반은 선생님이 수업을 안 하니 아이들도 우울하였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5교시가 시작 될 때 한 아이가(손계희) 손을 들면서 "선생님 그 돈 제가 가지고 갔습니다. 저를 벌 주시고 공부는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잘못 했습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내며 그 아이에게 체벌을 가했다. "그럼 그 돈 내어 놓아라" 하니까 "어제 점심시간에 문방구에 가서 과자 사먹고 없습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500원을 김상훈이 육성회비를 대납해 주고 사건을 종료시켰다.

40년이 지난 2012년에 손계희가 나타나서 "선생님 그때 김상훈이 돈 제가 가지고 간 것이 아닙니다. 이틀이나 공부를 가르쳐 주지 않으니 속상해서 제가 가지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때 문방구에서 과자를 사먹었다고 했으면 선생님께서는 문방구에 가서 이 아이가 어제 점심시간에 과자를 사먹었느냐고 주인에게 물어 봤어야 되는데 선생님은 '이제 됐다' 하시면서 저에게 체벌을 하셨습니다. 선생님, 상훈이 돈 500원 제가 가지고 간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 살아계실 때 누명을 벗어야 할 텐데 하며 차일 피일 살기 바빠서 그저께 전화드렸습니다."

나는 황당하고 당혹스러웠다. 교사로서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초등학교 시절에 한 아이가 마음속에 멍에를 지운 채 40년간의 고민을 토로하러 왔다는 사실에 당황하였고 미안하였다. 함께 식사를 한 뒤 "그래 손계희 군 미안하다. 40년전 남천국민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김상훈 군의 육성회비 500원을 손계희가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것을 담임으로써 40년 만에 확신하는 바이다. 정말 미안하다. 사과한다."

그 후 손계희 군의 소식이 끊겼다.

선생님 건강하신 모습 뵈니 반갑고 하였으며, 어제 또 이사를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조그만 선물(행운의 2달러, 쌍거북)을 가져와 주어서 잘 받았다. 교사로서 교육의 중요성은 교육과정 운영도 중요하지만 따라서 생활지도 특히 인성교육에 세심한 배려로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며 도둑 잡는다고 2일간이나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가장 큰 죄를 지은 것이라 생각되어 그 때 남천초교 6학년 2반 68명에게 퇴임 후에나마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리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길 바랍니다.

50년이 된 지금, 그 때의 학생들도 나처럼 늙어있을텐데, 그 때의 제자들, 특히 손계희 군이 보고 싶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사연 신청 방법
1.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혹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추모관' 배너 클릭 후 '추모관 신청서' 링크 클릭

2. 이메일 missyou@imaeil.com

3. 카카오톡 플러스채널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검색 후 사연 올림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지지율 열세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대장동 사건 국정조사 요구 속에 당의 단합이 요...
정부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과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 거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기금운...
과잉 진료 논란이 이어져온 도수치료가 내년부터 관리급여로 지정되어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될 예정이며, 이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50대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