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대구 중구 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내부에는 10여명의 노숙인들이 두꺼운 겉옷에다 담요를 덮은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출입문 근처에서 눈을 붙이고 있던 이들은 바깥 바람이 들어올 때마다 몸을 뒤척이는 모습이었다.
최근 감기에 걸렸다는 노숙인 A(64) 씨는 "여기는 11월 초부터 한파를 느낀다. 종이박스를 깔지 않으면 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져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너무 추울 때는 술기운으로 자거나 감기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한파를 앞두고 거리 노숙인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올겨울도 종이박스와 신문지에 몸을 의지한 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대구시는 노숙인 등이 머물 수 있는 응급 잠자리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지역의 노숙인은 모두 9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파악된 109명에 비해 줄었지만, 이들이 겨울철 추위를 호소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중구 대구역 인근 노숙인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3년간 노숙 중이라는 B(40대‧남) 씨는 "대구역 안에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계속 밖에서 지내고 있다"며 "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옷가지를 덮는 게 전부다. 추위는 그냥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평균기온은 평년(3℃)보다 같거나 낮을 확률이 80% 수준이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대륙고기압 영향으로 평년보다 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한파에 취약한 노숙인이 머물 수 있도록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등에 응급 잠자리 20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역과 동대구역 인근에 각각 18실, 2실을 확보했고 내달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간 운영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겨울 추위를 고려해 통상 12월에 하던 순찰을 이달로 앞당겼다"며 "노숙인을 발견하면 안으로 들어가라고 설득하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는 걸 꺼리는 이들에게는 방한복과 방한용품을 우선 나눠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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