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이커머스 업체 쿠팡을 상대로 수시로 상품 공급가를 인상하는 등 힘자랑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햇반·만두 등 국내 주요 식품 점유율 1위인데, 쿠팡과 상호 간 약속한 발주 물량을 납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갑질'이라는 시선까지 나온다.
또한, 유통업체들마저 이번 논란이 CJ가 먼저 약속을 깨트리며 시작됐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관행적인 악습이 시작됐다는 의견까지 제기된다.
그동안 대기업 제조업체들이 쿠팡 등 신흥 이커머스 업체들과 거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유통업체가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납품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쿠팡-CJ 간 발주 이슈는 CJ가 먼저 거래 약속을 깨트린 것이 시발점이라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29일 CJ는 "최근 1~2주 사이 쿠팡의 상품 발주가 중단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차기 년도 협상 과정에서 쿠팡이 요구한 상품 마진율이 과도하다고 거부하자, 사실상 전 제품에 대한 발주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쿠팡이 최근 CJ제일제당의 일부 상품 매입을 축소하자, '내년도 마진율 협상'에 이견이 발생하면서 발주가 중단됐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쿠팡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쿠팡 관계자는 "연초부터 CJ측이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발주 약속 물량을 터무니없이 공급하지 않는 등 되레 갑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재까지도 쿠팡에서 햇반 등 CJ 상품들은 정상적으로 팔리고 있는 상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2023년 공급가 마진율과 관련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CJ가 먼저 연초부터 최근까지 쿠팡과 약속한 발주 물량을 보내지 않으면서 비즈니스 관계를 악화시킨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CJ에게 햇반 100개를 요청하면 CJ측이 통상 50개, 많으면 60개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인기 브랜드가 많은 대기업인 만큼 쿠팡은 수시로 CJ와 약속한 상품 물량을 발주했지만 CJ는 약속을 이행한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CJ와 쿠팡 간 '납품업자가 구매 발주에 있어 합리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계약서 조항도 있는데, CJ측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쿠팡은 수익성이 하락하고, 다른 식품 제조사들도 납품 기회가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납품업체가 약속한 물량을 쿠팡에 보내기로 하면, 쿠팡은 그만한 물류센터 공간과 인력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J가 약속한 물량을 보내지 않으면, 이를 위해 확보한 물류센터 공간은 쓰이지 못해 납품을 희망하는 다른 식품 제조업체의 기회를 뺏은 것으로, 이는 궁극적으로 쿠팡의 판매 손실로 이어진다"며 "쿠팡이 최근 CJ측에 '약속한 물량을 제대로 납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CJ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상품매입 축소라는 선택을 불가피하게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약속한 발주 물량도 못 받은 쿠팡이 연초부터 수차례 이상 CJ의 가격 인상을 모두 수용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CJ 요구가 최소 5~6차례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매번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며 수익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올 2월 고추장·된장·쌈장(9.5%), 비비고 만두(5~6%), 두부(6%), 3월엔 햇반(7~8%), 4월 닭가슴살(10%), 냉동피자(10% 이상), 8월 부침·튀김가루(21.7%), 9월 김치(11%) 등 1~2개월 마다 주요 품목 가격을 올렸다. 11월에도 맛밤(9%)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수차례 공급가 인상 요청에 2021년과 비교해 평균 공급가를 15% 올려줬다"며 "백설 콩기름의 경우 지난 한해만 140% 올려줬다"고 토로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전통적인 대기업 제조사들의 전형적인 신흥 유통회사 길들이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즉석조리식품(49%), 햇반(70%), 냉동만두(48%) 등 주요 식품군 시장점유율 1위. 반면 쿠팡은 유통시장에서 점유율은 10%(7.8%·하나증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CJ같은 대기업 제조사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 나아가 CJ의 경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히트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유통업체 입장에서 대기업 제조사가 갑일 수밖에 없어 일방적인 강요는 불가능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대기업 제조사들이 인기 브랜드 상품 공급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시장을 장악하는 시도가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에 더 심화되고 있다"며 "조건에 맞지 않은 일방적인 요구를 유통업체가 무조건 수용하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최은석 대표이사가 추구하는 이념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는데, 건강과 안전만 생각할 뿐 소비자의 편의와 시간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편의와 시간을 아껴주는 기업이야 말로 진정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쿠팡측에서 원하는 마진율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하며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쿠팡에서 저희 제품을 구매하시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으실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 출고가 인상, 발주대비 공급 부족 사태 등에 대해 "올해 원료가격 상승과 환율, 각종 제반비용 급증으로 인해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소비자의 붇감을 덜고자 노력을 했음에도 불가피한 가격 조정으로 인상폭은 최소화 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 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전 유통채널에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발주 물량과 관련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며 "올해 햇반은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전 유통채널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발주량을 늘리고 있으며, 발주량만큼 생산량이 미치지 못해 쿠팡뿐 아니라 대부분 채널에 공급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쿠팡의 경우 오히려 타 채널에 비해 발주량 대비 공급량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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