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나 K-드라마 같은 대한민국의 음악, 영화, 콘텐츠, 문화 등 여러 분야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아랍에서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이현주 디자인ON그룹 대표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그림, 특히 패턴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 대표는 민화를 매개로 또 하나의 K-문화 세계화라는 로망 실현의 큰 걸음을 떼기로 결심한다. 그가 추구하는 한류는 'K-패턴'이다.
이 대표는 "한국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민화를 모티브로 글로벌 감각의 패턴을 개발하고 있다"며 "패턴은 단순히 디자인 용어인 문양뿐 아니라 우리다움을 찾기 위한 행동 양식과 문화적 흐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누구나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좋은 기운으로 행운을 받는 디자인을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K-패턴, 민화양장점은 지난 10월 영국 사치갤러리 '스타트아트' 전시에 나가서 K-패턴 세계화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 대표는 특히 "꿈은 금이다. 꿈을 꾸면 다 이루어지더라"며 K-패턴 세계화 여정에 젊은이들을 초대했다.
-원래 광고디자인 회사로 출발하지 않았나?
▶대학원을 마친 뒤 10년 넘게 실무 디자이너로 일했다.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광고주에 맞추는 것을 넘어 디자이너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 2002년 디자인ON그룹을 창업했다. 브랜드 전략 수립과 아이덴티티 디자인 등으로 기업의 부가가치와 브랜드 자산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해왔다.

-왜 갑자기 K-패턴이었나?
▶단타적인 크리에티브 프로젝트를 30년 동안 해오면서 지속가능을 갈구해왔다. 우리나라의 지혜로운 스토리가 담긴 민화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해석한다면 글로벌한 한류의 일환으로 가능하리라 믿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성조기를 기반으로 한 패턴, 뉴욕의 I LOVE NY, 영국의 유니언 문양처럼 저마다 자신의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을 갖고 있다. 한국하면 보여지는 디자인들이 전통에 머무르고 있다는 아쉬움도 작용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쉽게 적용해서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디자인, 미래지향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이미지를 창조하고자 K-패턴연구소를 만들었다.
-K-패턴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의 문화가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인의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과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적 디자인을 연구한다.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우리 이야기를 발굴하고 새 옷을 입혀 세상에 선보여야지 않겠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업으로 폭넓고 다채로운 가능성을 시도하겠다.
-결국 '만화양장점'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는데?
▶한마디로 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발견한 생활 패턴 디자인 브랜드다. K-패턴연구소에서 이룬 결실이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처음 만들어져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는 최고의 디자인, 한국을 대표하는 패턴으로 키우겠다. 처음에는 간판을 보고 '만화방이냐'며 찾아온 사람도 있었지. 하하.
민화양장점의 작품 중 하나가 '소원성취 명절 선물세트'. 100% 유기농아르간오일 성분 아르가니케어 샴푸·컨디셔너와 소원성취의 의미가 담긴 콜라보 선물세트다. 환경을 생각해 불필요한 포장박스를 최소화하는 대신 에코백과 손거울을 담았다. 여기에 성장과 번창의 검은 토끼해를 맞아 2023년 달력 엽서로 꾸몄다. 민화양장점은 의류, 가방은 물론 액세서리·식기·제품·디자인섬유 등 생활 소품 전반을 아우르는 게 강점이다.
이 대표는 민화의 서양식 재발견을 원했다. 그래서 전통이 주는 울림과 깊이감은 그대로 살리되, 그래픽을 단순화하고 기분 좋은 컬러를 입혀 쉽게 다가가도록 했다. K-팝에 BTS가 있다면 한국 이미지에 만화양장점이 있는 게 이 대표의 소망이다.
-이 대표에게 민화란 무엇인가?
▶민화는 단순히 옛 우리 조상들의 그림이 아니다. 오랜 세월 흐르며 만들어진 생활과 사고, 삶의 진면목이 투영돼 우리만의 예술적 감각들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묻혀 있는 아름다움, 삶에서 배어 나오는 향기다. 또 고단하게 하루하루를 헤쳐 나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의 매개체다. 민화에는 사랑·건강·성공·재물·행운·희망·지킴이라는 7가지 염원이 담겨 있다.
-최근 개최한 K-패턴 사생대회의 성과를 말해 달라.
▶지난 22일까지 한 달간 K-패턴 티셔츠 공모전을 진행했다. 다양한 연령, 다양한 직업의 55명이 응모했다. 1회 대회이고 홍보가 부족했음에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수상작들은 티셔츠로 실제 제작되어 민화양장점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또 온라인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열어 K-패턴 디자인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발전시켜 나가겠다. 공모전 사이트 역시 K-패턴 디자인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K-패턴 디자인의 글로벌 허브로 성장시킬 구상이다.
-목표는? 해외 시장 개척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들려달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북유럽 생활 패턴 '마리메꼬'와 현대에도 쓰고 있는 영국의 월리엄모리스 패턴처럼 한국적인 것을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K-패턴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또 여러 명품브랜드와 꼴라보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소망도 있다.
-젊은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데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나는 젊은 친구들을 믿는다. 참 다행은 스마트 시대, 온라인이 강한 나라가 돼 5G 흐름을 타고 지구촌 모든 트랜드와 정보를 외국에 가지 않고도 가장 빠르게 확보하게 됐다. 열려있는 시장에 당당하게, 멋있게 한국적인 우리 것을 배제하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믹싱 하고, 연결하면 창조의 시초가 된다. 나는 꿈을 금으로 만들었다. 운 좋게 또는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꿈을 많이 가지고, 디자인 분야는 크레이티브 하기만 하면 무한한 곳이기에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현주 대표는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았다. 단순히 몰입하는 차원을 넘어 재능이 뛰어났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광고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광고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디자인ON그룹을 창업해 성공과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자체 사옥을 갖겠다는 꿈은 젊음이 넘치는 신사동 가로수거리에서 이루었다. 4층 유럽풍의 건물은 '민화, 글로벌 디자인화를 위한 첫 도전'의 장으로 한겨울 추위를 녹인다. 건물을 매입하면서 한 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끝내 이겨냈다. 그는" 긍정적 마인드가 재산이다. 그러면 모든 게 풀린다"며 웃었다. '등대'라는 별명에서 보듯 그의 사무실 불은 밤늦게도 켜져 있다.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한양대 시각정보학과 겸임교수, 사단법인 공공브랜드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심사평가위원이며 여성벤처협회와 한국광고인협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저서로 '공공브랜드의 전략적 관리', '글로벌 시대 도시브랜드의 전략적 관리'가 있다.
충남 공주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브랜드 매니지먼트로 활약했고, 서울 잠원동 건너수먹방길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그가 이끄는 디자인ON그룹은 삼성전자 시즌 연출 및 신제품 론칭 행사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충무로국제영화제 디자인분야 협력사로도 성과를 냈다.
한국 전통 문화의 깊이를 사랑하게 된 그는 경기민요와 문인화를 배우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이해가 깊어진다는 믿음에서다. 본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화가로서의 준비도 서서히 해나가고 있다.
재경 경북대 동문들은 든든한 우군이다. 이 대표는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가진 분들이 정말 많다"라며 "대구경북의 저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여성으로서 인적 네트워킹에 한계가 있는 데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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