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 매입 의무화 '양곡관리법 개정안' 여야 갈등 끝에 본회의로

민주당, 농해수위서 개정안 본회의 직행 표결
與 "국책연구 결과도 무시" 野 "쌀값 하락 대책 부족해 불가피"
국민의힘 의원 성명 "다수석 야당 날치기로 법안 만들어" 항의

국민의힘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에 대해 소병훈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고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간사(오른쪽) 등 야당 의원들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에 대해 소병훈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고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간사(오른쪽) 등 야당 의원들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열어 무기명 투표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쌀 의무 시장 격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에 반대한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 부의를 재고할 것으로 거듭 요청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충분히 논의된 사안이라며 결국 투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본회의 부의' 내용의 농해수위 명의 보도자료가 일부 언론에 배포됐다며, '야당이 이재명표 법안을 사수하기 위해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다며 항의'하자, 사실 확인을 위해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로 향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당해 쌀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3% 이상 과잉 생산되거나 수확기 쌀 가격이 전년에 비해 5% 이상 하락한 경우 그 초과분만큼 정부가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 과잉으로 쌀 가격이 급락했으나 정부가 시장에서 적시에 쌀을 매입하는 '시장격리'에 주저해 소비자 물가 관리를 위해 쌀값 하락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농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이에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해 농민 소득을 보장하고, 식량자급을 위한 쌀 생산량을 유지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이날 회의는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이 60일이 넘도록 심사되지 않자,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국회법 86조에 따라 간사와 합의를 거쳐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 상정해 본회의로 바로 보내는 데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법안 내용에 심대한 하자가 있다"며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는 쌀 재배 면적 증가와 생산량 확대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미래 농업 투자를 저하시키는 악법 중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날 회의에서는 농촌경제연구원(농경원)이 지난 14일 내놓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결과 쌀값 분석 연구'에 대해서도 여야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따르면 쌀 시장격리 의무화에도 2030년 산지 쌀값 80kg당 17만2천709원으로 올해 수확기(10월5일~12월5일) 평균 18만7천539원보다 7.9%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쌀 생산량 감축에도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봤다.

여당 측은 이 연구를 인용해 야당이 "국책연구원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받아들이지 않다"며 비판했다. 농민들의 뜻을 따른다는 야당 측 주장에 "대부분 농민단체(34개)가 개정안 통과 재고 의사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가 전략작물직불제 예산(1천121억원)을 401억원 증액하는 등 쌀 재배 면적을 줄이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양곡관리법이 제정되면 난이도가 높은 밭작물 재배는 농민들이 기피해 투입된 예산에 비해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세부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연구 결과가 타작물재배지원 사업에 따른 전환 면적(3만4천ha) 예산에 비해 축소(1만5천~2만8천ha)했고, 쌀 재배 면적은 주는 쌀 생산량은 증가하는 걸로 전제해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다. 타작물재배지원 농가가 쌀농사로 돌아갈 것으로 보기도 했다. 연구 결과가 정부 입장에 맞춰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쌀값 하락에 따른 정부의 대책이 실질적이지 않다. 법 제정 이후에 문제가 있으면 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 위원장은 안건조정위와 법사위 등 개정안에 대한 논의 기간이 있었다며 "(본회의 부의 후) 한 달 정도 본회의 의결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간사 간 협의로 수정안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과정을 잇달아 비판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다수당이 법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종합판"이며 "야당이 지난 9월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여당 요구로 안건조정위를 열었지만 90일간 회의 일정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하는 등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이 소수당이 됐을 때 우리 국회에서 이 같은 역사가 반복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15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에도 양곡관리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표결에서 농해수위 의원 19명 중 민주당 의원 11명에 윤미향 무소속 의원(비례대표) 등 12명이 찬성해 개정안은 본회의에 부의됐다.

농해수위 여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하명법인 양곡관리법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백한 다수 의석의 횡포"라며 "상임위 법안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 등 7차례 연속 날치기에 이어 법사위 패싱까지 국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 일방 추진을 중단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쌀 시장의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는 정책 수립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투표와 관련해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투표와 관련해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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