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in] 이호경 엔젤클럽 회장 "대구FC, 지역 대표 브랜드로"

8년 동안 대구FC 곁을 지켜온 엔젤…누적 후원금 32억
"구단 재정자립도 개선·회원 간 결속 강화 노력할 것"

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 신중언 기자
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 신중언 기자

모든 것을 결과로 말해야 하는 프로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러나 '팬심'의 영역은 조금 다르다. 대다수의 팬은 팀이 부진하거나 어려울 때도 묵묵히 곁을 지켜준다. 그 덕분에 구단이 다시 중심을 잡기도 한다.

"코로나19가 휩쓴 지난 3년 동안 엔젤클럽도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결국은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도약기를 만들어낼 때입니다."

8년 동안 프로축구 대구FC의 동반자를 자처하고 있는 대구FC엔젤클럽의 이호경 회장은 신년을 맞아 이와 같은 각오를 밝혔다.

자발적인 시민 후원단체인 엔젤클럽은 K리그에서 손꼽히는 성공사례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을 살펴봐도 국내에서 이토록 잘 조직된 후원단체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 2016년부터 회원 성금을 100% 대구FC에 후원하며, 현재까지 누적 후원금만 32억원에 달한다.

예산에 목마른 시민구단인 대구의 입장에는 '단비'나 다름없는 엔젤클럽도 어느덧 창립 8년차를 맞았다. 원년부터 엔젤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에게도 지난해는 어려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고, 설상가상 대구의 팀 성적마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처럼, 엔젤클럽의 가치는 고난 속에서 선명히 빛났다.

이 회장은 "작년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회원 모집과 후원을 독려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침체기나 다름없는 수준"이라면서도 "그래도 뒷걸음질만 친 건 아니다. 힘들 때 후원해준 사람들에게 더 큰 고마움을 느꼈고, 엔젤클럽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딛고 내실을 다진 엔젤클럽은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대구FC를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시키는 것이 이 회장이 내세운 최우선 과제다.

"대구처럼 시민구단이 바람몰이 하는 곳도 없다고 봅니다. 2022시즌 대구의 평균 관중은 6천400명 정도로 리그에서도 순위권입니다. 과거 무료 표를 뿌려도 몇백 명도 안 오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대팍'(대구FC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의 애칭)에서 열리는 경기는 대부분 원정석이 꽉 차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다른 팀 팬들도 와보고 싶은 경기장이라는 얘기겠지요."

'대팍'에 대한 축구 팬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축구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대구FC와 대구의 브랜드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청사진이다.

그는 "결국 분위기 조성이 관건이다. 지역 홈팬들과 원정 팬들이 경기장을 오가는 길을 축구 축제 분위기가 나도록 꾸민다면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대팍을 방문한 축구 팬들은 모두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들이 개인 SNS를 통해 사진을 찍고 주변에 알리면 그 자체로 대구에 대한 홍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FC의 재정자립도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인데, 경기장에 오페라 공연을 엶으로써 이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글로벌 오페라의 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날 것"이라며 "대팍은 어느 위치에서 관람하더라도 그라운드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친관중적인 경기장이다. 이런 특성을 잘 만 이용한다면 지역 최고의 공연장으로서도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엔젤클럽 회원들 간의 연대와 결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엔젤클럽은 2023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팍' 주차장 광장에 자신들을 상징하는 병풍 형태의 조형물과 함께 포토존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조형물에는 각 회원의 이름이 새겨진다.

현재 회원 수는 올해 말 기준 엔젤 다이아몬드 회원(매년 1천만원 후원)은 30명, 엔젤 회원(매년 100만원 후원) 1천125명, 엔시오 회원(매년 12만원 후원) 421명 등 1천500여 명에 달한다. 다이아몬드 회원 중 5명은 매년 1천만원씩 10년간 후원하기로 약정하는 다이아몬드 아너스 회원이다.

이 회장은 "엔젤클럽의 정신을 기리고 널리 알리자는 생각에 추진한 일"이라며 "또한 현재 반기마다 잡지를 발간하는 게 유일한 홍보 수단이었는데, 올해부턴 유튜브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회원들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느덧 엔젤클럽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퍼졌는데, 여기서 도태된다면 내 개인을 넘어 대구의 명예가 실추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사를 제쳐두고서라도 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라며 "아울러 사재까지 털어가며 엔젤클럽 운영국을 유지해주는 회원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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