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추운데 조금만 더 있다 가지…"
24일 오후 2시 동대구역은 설 연휴 막바지를 앞두고 시민들의 '귀경행렬'이 이어졌다. 영하 8도에 달하는 추위와 칼바람 탓에 사람들은 목도리와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하고 있었고 양손에는 곶감이나 반찬 등 명절 선물이 가득했다.
역사 내에는 마중을 나온 가족들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뒤섞여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기차 시간이 다가오자 몇몇 가족들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진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반려견과 함께 귀경길에 오른 박수진(29) 씨는 "명절 외에는 부모님을 찾아뵈러 오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다음 명절 때까지 그저 부모님이 아프시지 않고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군복을 입고 있던 이재호(22) 씨 역시 "설 연휴에 맞춰 일부러 휴가를 썼다"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막상 복귀하려니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대구역 인근 도로는 가족을 바래다주러 온 차량들과 백화점 등에 방문하는 차량들이 뒤섞여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이날 서울행 기차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조영호(27) 씨는 "백화점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한 뒤 기차를 타려고 했으나 주차장 진입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어쩔 수 없이 밥도 못 먹고 홀로 기차를 탔다"며 "명절 때만이라도 교통통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서대구역도 귀경인파로 들썩였다. 평소 한산했던 고객대기실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가득 찼고 역사 내 편의점과 빵집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서울로 올라가는 아들을 배웅하러 온 최모(73) 씨는 "기차 타고 가는 길에 배가 고플까봐 전과 떡을 챙겼다"며 "아들에게 장갑부터 옷이랑 김치까지 봉지에 싸서 보내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한파 탓에 갑작스럽게 기차를 예매한 승객도 있었다. 부모님을 뵈러 가족과 함께 천안을 다녀왔다는 40대 남성은 "원래 차를 타고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한파와 눈 예보 등이 있어 기차를 이용하게 됐다"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당장 내일 출근길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차역과 달리 대구국제공항은 비교적 한산했다. 오전 6시 10분 김포공항행 제주항공 1편을 제외하고는 국내선 출발편 8편과 도착편 10편이 모두 제주공항에서 이·착륙할 예정이었지만 강풍으로 인해 결항됐기 때문이다. 공항에는 삿포로, 다낭, 방콕 등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내선 수화물 카운터에 있던 진에어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고객들에게 결항을 안내해 공항을 찾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며 "결항 승객들에겐 기상예보에 따라 다른 항공편을 안내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는 귀경길에 오른 차량과 매서운 날씨가 더해져 곳곳에서 지·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제주공항은 강풍과 폭설 등으로 이날 출발·도착 항공편이 전편 결항했고 풍랑경보가 발효돼 바닷길도 모두 막혔다. 광주와 전남 11개 시군에는 대설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서울요금소까지 예상 시간은 대구 4시간 40분, 부산 5시간 55분, 광주 4시간 46분 등이고 서울요금소에서 각 도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구 3시간 31분, 부산 4시간 31분, 광주 3시간 5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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