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빠은행' 맡긴 세뱃돈 "돌려달라" 승소 사례

설 연휴를 이틀 앞뒀던 지난 1월 19일 대구시 북구 대원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세배 예절을 배우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연합뉴스
설 연휴를 이틀 앞뒀던 지난 1월 19일 대구시 북구 대원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세배 예절을 배우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연합뉴스

부모가 "대신 보관해주겠다"며 가져간 세뱃돈을 자녀가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 승소한 사례가 나왔다.

어린 시절 알게 모르게 친지들로부터 설에 받은 세뱃돈, 추석 때 받은 용돈 등을 일명 '엄빠은행'(엄마아빠은행)에 맡기고, "나중에 크면 줄거야~"라는 구두 약속만 받은 사례가 적지 않을 우리 국민들이 기대할 만한 판례이지만, 아쉽게도 이 소식은 중국에서 전해졌다.

▶대만 연합뉴스망 등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단저우시 인민법원은 앞서 13세 안팎 남매가 친부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단을 했다.

인민법원은 A씨에게 "1만6천800위안(약 306만원)을 남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보도에서는 A씨는 2020년 1월 26일 세뱃돈을 대신 맡아주겠다며 남매로부터 해당 금액(1만6천800위안)을 가져갔다.

이후 남매는 A씨에게 세뱃돈을 돌려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A씨는 계속 거절했다.

법원은 이 돈에 대해 친척들이 남매에게 실행한 합법적 증여 행위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돈은 남매의 재산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남매가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부모에게 자녀 재산 보호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는데, 주 양육자인 어머니가 남매의 재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봤다.

사실 이번에 아버지에게 소송을 건 남매는 어머니가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남매의 친부이기는 하지만, 이혼을 하면서 남매와 떨어져 지냈다.

따라서 이 판례는 양육권이 갈린 이혼 가정에 한정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보통 가정의 경우 세뱃돈을 맡기면, 그대로 부모의 자녀 재산 보호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사례를 우리나라에 가져와 살펴보자.

어릴 때 세뱃돈을 포함한 친지들로부터 받은 돈을 매번 부모에게 맡기다, 아이돌 음반이며 게임 CD며 유행하는 신발 등 사고 싶은 게 많아진 청소년기 내지는 20대에 "돌려달라"고 말하는 경우, "너 키우는데 다 썼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거절했다는 사연들이 우스갯소리처럼 전해진다.

하지만 이때 자녀가 앞선 중국 남매처럼 '진심'인 경우라면?

우선 미성년자는 이 중국 사례에서 법원이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민법상 행위무능력자이다. 부모, 다시 말하면 친권자가 미성년인 자녀의 재산에 관해서도 법률행위 대리권을 갖고 있다.

민법 916조에는 자녀가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친권자가 법정대리인으로서 관리한다고 돼 있다. 이어 재산 관리에는 재산의 보존과 이용 등의 목적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부모가 세뱃돈을 가져가는 행위는 물론, 자녀 양육을 위해 세뱃돈을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너 키우는데 다 썼다"는 부모의 말이 꽤 힘 있는 해명이 될 수 있는 것.

그런데 이같은 재산 관리가 부당하게 이뤄진다면 자녀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부모가 도박 등 불법 행위로 재산을 다 쓰거나, 되려 자녀에게 빚을 지우는 등의 행위를 한 게 입증될 경우, 이런 부모는 자녀에 대한 재산관리권 자체를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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