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4천 명. 대한민국 오지 중 가장 오지. 경상북도 북부지역 대표 농촌인 BYC(봉화·영양·청송) 중 하나인 청송군은 누가 봐도 시골도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3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청송하면 어떤 걸 먼저 떠올릴까? 단연 '청송사과'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주왕산국립공원 등 작은 도시에도 다양한 문화가 꽉 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문화 자원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력과 군민들의 의지가 부합돼 만들어진 산물이다. 올해 청송군은 6대 전략 과제를 수립하고 더 탄탄한 도시로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사과산업의 위기
"사과시장은 갈수록 내림세일 것이고 조만간 폭락이라는 위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윤경희 청송군수가 최근 지역 읍·면사무소 업무보고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윤 군수는 단순히 농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한 것이 아니다. 통계학적으로 사과생산지가 북향하고 있고 우리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경북을 놓고 봤을 때 지금의 성인 혹은 그보다 연세가 더 있으신 분들이 어렸을 때 대구경북의 대표 사과는 대구와 그 인근지역이었다. 산업 발달과 여러 변수 작용도 있겠지만 불과 30~40년 만에 사과 생산지가 100㎞ 정도 북향했다. 현재 사과 최대 생산지인 영주와 안동, 청송 등을 놓고 보면 앞으로 강원도가 사과 생산지로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사과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최근까지 10년 이상은 호황기였다. 사과 자체의 품질이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수요층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령화, 1인 가구 증가, 수입과일, 열대과일 국내 재배 등 사과 수요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또 인건비와 자재비 등은 계속해 올라가고 농가의 일손 부족 현상은 해마다 골머리를 앓게 해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송사과의 미래
청송사과 생산면적은 2022년 농업경영체 등록기준 4천617농가 3천451ha이다. 대부분 농가는 저장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사과 품종 중 후지를 많이 생산한다.
하지만 청송은 단순하게 일률적인 빨간사과뿐만 아니라 황금사과(시나노골드) 기반 조성과 유통에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과색에 대한 선택의 폭을 늘리는 것은 MZ세대까지 소비층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황금사과는 11월에 생산되는 후지보다 앞서 10월쯤 수확되며 맛 또한 새콤달콤해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각종 SNS를 통해 청송의 황금사과가 소개되고 매년 이 시기 황금사과의 물량이 달릴 정도로 소비가 폭증하고 있다.
청송군은 사과 생산 자체를 미래형 과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밀식재배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송군 농정과와 농업기술센터가 전담해 밀식재배 교육과 대목 생산 지원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청송군은 한발 더 나아가 황금사과 연구단지를 조성해 조직배양실, 대목 증식포, 무독묘 생산 등 과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과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송군은 사과 판매 역시 국내시장의 포화 시점을 예측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인도네시아 현지에 청송사과 300톤(t) 수출 쿼터를 받아내는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누구나 청송에서는 버스가 '공짜'
청송군은 올해 전국 최초로 농어촌 버스 전면 무료화를 선언했다. 지방소멸의 위기와 갈수록 노령화된 사회의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다.
청송 버스 무료화가 두 달이 된 지금 주민 버스 업체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청송군은 기존 적자 노선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3억~3억5천만원을 지원하는데 똑같은 금액으로 군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무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청송 무료 버스가 홍보되면서 이를 이용하기 위한 관광객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업체 측은 무료 버스 시행 후 이용객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청송을 방문한 관광객은 버스는 물론 지역 상가에서 밥을 먹고 숙박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경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과 지역 젊은이들도 버스를 이용해 통학·출근 등을 해 그동안 차량이 밀집됐던 읍·면 소재지 역시 원활한 교통상황을 보인다.
강병진(54) 청송버스 운전기사는 "버스 요금에 대해 설명하거나 거스름돈을 내주는 등 운전 이외의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안전 운행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기사들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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