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화하는 청송, 도약하는 청송] ①농민이 잘사는 도시, 군민이 행복한 복지

경북 청송군 "청송사과, 미래형 과원 만들어 위기 돌파"
밀식재배 기술 도입 노동력 절감, 황금사과 기반 확대 MZ세대 공략
누구나 청송에서는 버스가 '공짜'…버스 이용·관광객 증가 일석이조

경북 청송군에서 생산되는 대한민국 1등 사과, 후지 품목(빨간 사과)과 시나노골드 품목(황금 사과). 청송군 제공
경북 청송군에서 생산되는 대한민국 1등 사과, 후지 품목(빨간 사과)과 시나노골드 품목(황금 사과). 청송군 제공

인구 2만4천 명. 대한민국 오지 중 가장 오지. 경상북도 북부지역 대표 농촌인 BYC(봉화·영양·청송) 중 하나인 청송군은 누가 봐도 시골도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3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청송하면 어떤 걸 먼저 떠올릴까? 단연 '청송사과'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주왕산국립공원 등 작은 도시에도 다양한 문화가 꽉 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문화 자원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력과 군민들의 의지가 부합돼 만들어진 산물이다. 올해 청송군은 6대 전략 과제를 수립하고 더 탄탄한 도시로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경북 청송군은 사과산업의 위기를 인식하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청송 과수 농가들은 빨간 사과와 함께 황금 사과 등을 수확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청송군 제공
경북 청송군은 사과산업의 위기를 인식하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청송 과수 농가들은 빨간 사과와 함께 황금 사과 등을 수확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청송군 제공

◆사과산업의 위기

"사과시장은 갈수록 내림세일 것이고 조만간 폭락이라는 위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윤경희 청송군수가 최근 지역 읍·면사무소 업무보고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윤 군수는 단순히 농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한 것이 아니다. 통계학적으로 사과생산지가 북향하고 있고 우리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경북을 놓고 봤을 때 지금의 성인 혹은 그보다 연세가 더 있으신 분들이 어렸을 때 대구경북의 대표 사과는 대구와 그 인근지역이었다. 산업 발달과 여러 변수 작용도 있겠지만 불과 30~40년 만에 사과 생산지가 100㎞ 정도 북향했다. 현재 사과 최대 생산지인 영주와 안동, 청송 등을 놓고 보면 앞으로 강원도가 사과 생산지로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사과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최근까지 10년 이상은 호황기였다. 사과 자체의 품질이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수요층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령화, 1인 가구 증가, 수입과일, 열대과일 국내 재배 등 사과 수요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또 인건비와 자재비 등은 계속해 올라가고 농가의 일손 부족 현상은 해마다 골머리를 앓게 해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북 청송군은 미래형 과원을 구상하며 고밀식 재배 기술을 농가에 도입했다. 그 결과 노동력이 크게 절감되고 수확량이 느는 효과 등을 보았다. 청송군 제공
경북 청송군은 미래형 과원을 구상하며 고밀식 재배 기술을 농가에 도입했다. 그 결과 노동력이 크게 절감되고 수확량이 느는 효과 등을 보았다. 청송군 제공

◆청송사과의 미래

청송사과 생산면적은 2022년 농업경영체 등록기준 4천617농가 3천451ha이다. 대부분 농가는 저장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사과 품종 중 후지를 많이 생산한다.

하지만 청송은 단순하게 일률적인 빨간사과뿐만 아니라 황금사과(시나노골드) 기반 조성과 유통에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과색에 대한 선택의 폭을 늘리는 것은 MZ세대까지 소비층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황금사과는 11월에 생산되는 후지보다 앞서 10월쯤 수확되며 맛 또한 새콤달콤해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각종 SNS를 통해 청송의 황금사과가 소개되고 매년 이 시기 황금사과의 물량이 달릴 정도로 소비가 폭증하고 있다.

청송군은 사과 생산 자체를 미래형 과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밀식재배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송군 농정과와 농업기술센터가 전담해 밀식재배 교육과 대목 생산 지원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청송군은 한발 더 나아가 황금사과 연구단지를 조성해 조직배양실, 대목 증식포, 무독묘 생산 등 과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과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송군은 사과 판매 역시 국내시장의 포화 시점을 예측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인도네시아 현지에 청송사과 300톤(t) 수출 쿼터를 받아내는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경북 청송군에서는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버스가 무료다. 버스요금이 들지 않아 관광객이 많아졌고 특히 주민들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기 역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청송군 제공
경북 청송군에서는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버스가 무료다. 버스요금이 들지 않아 관광객이 많아졌고 특히 주민들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기 역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청송군 제공

◆누구나 청송에서는 버스가 '공짜'

청송군은 올해 전국 최초로 농어촌 버스 전면 무료화를 선언했다. 지방소멸의 위기와 갈수록 노령화된 사회의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다.

청송 버스 무료화가 두 달이 된 지금 주민 버스 업체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청송군은 기존 적자 노선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3억~3억5천만원을 지원하는데 똑같은 금액으로 군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무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청송 무료 버스가 홍보되면서 이를 이용하기 위한 관광객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업체 측은 무료 버스 시행 후 이용객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청송을 방문한 관광객은 버스는 물론 지역 상가에서 밥을 먹고 숙박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경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과 지역 젊은이들도 버스를 이용해 통학·출근 등을 해 그동안 차량이 밀집됐던 읍·면 소재지 역시 원활한 교통상황을 보인다.

강병진(54) 청송버스 운전기사는 "버스 요금에 대해 설명하거나 거스름돈을 내주는 등 운전 이외의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안전 운행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기사들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