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보이지 않는 군대

맥스 부트 지음/ 문상준·조상근 옮김/ 플래닛미디어 펴냄

66년 11월, 총 병력 3만 명이 넘는 로마군이 유대 지역에서 발생한 초기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시리아에서 남진해갔다. 당대 세계 최강 전력의 로마군은 유대인들을 학살해가면서 하나둘 도시를 불태웠다. 그렇게 출발한 지 사흘 만인 로마 군단은 현재 이스라엘 서안의 베이트 호론 인근 지역인 벳호론 마을 일대의 협곡에 도달했다.

그러나 벳호론 정상에는 유대 게릴라들이 매복해 있었다. 유대 게릴라들은 협곡을 지나는 로마 군단에게 일제히 화살과 투창 세례를 퍼부었다. 가뜩이나 지친 상황에서 기습 공격을 받은 로마군은 거의 전멸을 당했고 군기(軍旗)를 빼앗기는 수모도 맛봤다.

게릴라나 테러 등 비정규전은 약한 국가나 집단이 강한 상대를 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게릴라나 테러 등 비정규전을 집대성했다. 그야말로 '비정규전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게릴라전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가 간의 전통적인 군사 분쟁은 줄어드는 반면에 게릴라와 테러 조직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1990년대 총 전사자의 90% 이상이 비정규전으로 수행된 내전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비정규전은 세계화된 21세기에 더욱더 피할 수 없는 전쟁의 현실이 되었다.

최대한 빨리 적군을 격멸하려는 섬멸전략을 수행하는 정규군의 전쟁 수행 방식만으로는 치고 빠지기 방식으로 적의 전투의지를 약화시키려는 '보이지 않는 군대'를 상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처럼 변화하는 전쟁의 양상에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

군사사학의 대가(大家)인 맥스 부트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비정규전의 5천 년 진화사(進化史)를 이 책으로 풀어냈다. 풍부한 사례와 흥미로운 게릴라전의 대가, 테러리스트, 대반란전 해결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정규전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돕고, 21세기 세계화된 비정규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883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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