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미 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40여분 동안 이어간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부분은 '민주주의 위기' 대목이었다.
윤 대통령이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자, 미 의원들도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격한 공감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법의 지배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유가 공존하는 방식이며, 의회민주주의에 의해 뒷받침된다"며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며 민주주의 수호를 호소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경제 성장 등 번영을 위해 함께하고 도와 준 미국에 감사를 표하며 이제 국제사회에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강력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의 공동가치에 기반한 동맹 7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양국이 함께 지향할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다"며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70년 전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등을 언급하며 위협을 억제하고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한국의 경제성장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케네디 행정부, 월트 로스토우 교수를 소환하는가 하면 34년 전 '미국에게 태평양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더욱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언젠가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오늘 내가 한 이야기가 내일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한 노 전 대통령의 1989년 연설을 언급한 뒤 "노태우 대통령의 꿈은 이미 현실이 됐다"며 감회를 밝혔다.
검사 시절 자신의 '롤모델'이었다면서 로버트 모겐소 검사도 언급했다.
이 밖에도 영화, 음악, K 콘텐츠 등 문화와 교육 교류를 언급하면서, "백악관에는 저보다 BTS가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다", "제 이름은 몰랐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 등 애드리브와 농담으로 청중들의 웃음과 박수를 유발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 연단에 오른 것은 이승만(1954년), 노태우(1989년), 김영삼(1995년), 김대중(1998년), 이명박(2011년), 박근혜(2013년) 대통령에 이은 7번째로, 10년 만이다.
또 지난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2021.1.20.) 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2022년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2022년 12월)에 이은 3번째 외국 정상의 합동회의 연설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44분 간 영어로 진행된 연설 중 기립박수 26번 등 박수를 모두 60번 받았다.
이날 연설엔 미 상·하원 의원 500여명이 참석했고,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은 연단 뒤에 서서 윤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흰색 정장을 입은 김건희 여사와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이날 3층 갤러리석 각각 반대편에 앉아 윤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후 의원들과 악수하거나 연설문에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느라 가장 늦게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연설 시작에 앞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환담을 나누고 이번 연설 초청에 대한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이번 대통령의 연설 초청 서한에 공동 서명한 상·하원 양당 지도부 4명을 별도로 면담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에 대한 사의를 표하고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당부했다.
연설 후 윤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해 영접위원단으로 선정된 31명의 미 상·하원 주요 의원 등과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한미동맹의 성공적 역사를 축하하고,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보여준 기념비적 순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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