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범죄도시3’ 돌아온 마석도의 주먹…잔인함 걷어내고 유머 속속

한국 대표 범죄액션영화로 자리매김
3, 4편 동시 기획·촬영…8편까지 제작 준비 중
일본 애니에 밀린 한국 영화 부활 기대감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마석도의 주먹질이 은근히 중독성 있다.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는 1편의 장첸(윤계상), 2편의 강해상(손석구)과 같은 빌런이 없다. 카타르시스의 대상이 없다는 얘기인데, 그런데도 시원하고 화끈하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의 주먹 하나로도 화력이 세다는 것을 입증한다. 거기에 적절한 유머까지 터지니 킬링 타임용으로 제격이다.

금천경찰서 강력반 소속이던 마석도 형사가 서울 광역수사대로 근무지를 옮겼다.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7년 뒤다. 새로운 팀원들과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중 신종 마약 사건이 연루되었음을 알게 된다. 마약을 유통하던 야쿠자 조직의 킬러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한국에 들어오면서 사건은 점점 커진다.

동네 깡패들을 소탕하던 마석도 형사가 국제 범죄조직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 3편의 스토리다. 메인 빌런이 없는 대신 조직과 맞선다. 액션이 전편들에 비해 많아졌고, 액션에 버무려진 유머도 잦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서서히 한국 대표 범죄액션영화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이 시리즈는 이미 8편까지 제작을 준비 중이다. 그만큼 탄력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1편이 나왔을 때만 해도 고만고만한 오락영화 중 하나였다. 청소년 관람불가로 흥행도 미지수였다.

그런데 하얼빈에서 온 잔혹한 장첸의 이미지와 영화보다 더 끔찍했다는 실화의 힘이 더해져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청불영화로 680만 명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영화의 매력은 스토리가 아니라 마석도라는 캐릭터에 시동이 걸렸다. 마석도는 깡패보다 더 깡패같은 외모의 소유자다. 총이든 칼이든 그의 주먹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주먹 하나로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나쁜 놈은 반드시 잡는다는 정의감은 물론이다. 방법을 가리지도 않는다. "진실의 방으로!"라는 말은 유머 코드를 넘어 나쁜 놈들에게는 그 어떤 선처도 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마석도의 캐릭터는 카타르시스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3편은 대표 빌런이 두 명이다. 한국에서 마약 사업을 벌이는 야쿠자와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분을 저버린 주성철(이준혁)이다. 야쿠자가 등장하니 일본도의 칼날도 등장하고, 권총도 나온다. 쇠파이프는 물론이다. 영화가 늘어질 틈을 주지 않고 난투극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석도의 업어치기와 내리 찍는 기술에 핵펀치를 날릴 때마다 터지는 음향효과가 시원함을 더한다.

전편들에서 보여주던 잔인함은 걷어냈다. 청불이던 1편은 물론이고,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2편도 튀는 피와 사운드 때문에 신체가 난자되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됐다. 그러나 3편은 그런 끔찍한 묘사는 없다.

전편에서 친숙했던 주요 인물들이 이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1, 2편의 메인 유머 캐릭터였던 장이수(박지환)도 쿠키영상에만 잠깐 나온다. 그럼에도 유머의 강도는 여전하다.

"50 대 50? 누가 50이야?"라는 2편의 유머도 등장하고, 광수대 팀원들도 금천서 강력반의 유머코드를 잘 소화한다. 상관인 장태수(이범수)도 전편들에서 도움이 안 되던 팀장의 유산(?)을 잘 이어받고 있다.

'범죄도시'는 3편과 4편이 동시에 기획돼 촬영에 들어갔다. 속편이 순차적으로 기획돼 제작에 들어가지만 이처럼 속편들이 한꺼번에 제작되는 것은 드문 경우다.

4편은 국내 최대의 불법 온라인 도박조직을 잡는 스토리로 배우 김무열과 이동휘도 출연하며, 장이수 역의 박지환 배우도 출연한다. 3편의 쿠키 영상이 4편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개봉된 '범죄도시2'는 1천269만명의 관객을 모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일한 천만 한국영화로 기록됐다. 이후 관람료 인상 등으로 한국영화는 위기를 맞았다. 역작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관객들의 외면을 받아 고전했다.

'범죄도시'는 한국 형사영화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리즈다. 1990년대 '투캅스'와 2000년대 '공공의 적'이 있었지만, '범죄도시'처럼 관객들에게는 친근감을 주는 시리즈는 없었다. 그래서 롱런할 소지가 충분한 시리즈다.

개봉 전 이미 사전 예매량이 64만장에 이를 정도로 3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밀리고 있는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영화 '범죄도시3'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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