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아저씨의 세계여행기] 남미대륙이 품은 소중한 보석 '마추픽추'

해발 2437m '늙은 봉우리' 애칭…도시 아래쪽엔 계단식 석축 자리
잉카문명 석재 다루는 기술 출중…면도날조차 안 들어가는 정교함
세계 7대 불가사의다운 진풍경…비싼 경비와 힘든 일정은 아쉬움

페루의 옛 잉카 제국 도시인 마추픽추. 험준한 고지대에 위치한 신비한 도시였으나 지금은 폐허가 되어 있다 '마추픽추'라는 말은 '늙은 봉우리'라는 뜻으로 해발 약 2437m에 위치한 고산도시다.
페루의 옛 잉카 제국 도시인 마추픽추. 험준한 고지대에 위치한 신비한 도시였으나 지금은 폐허가 되어 있다 '마추픽추'라는 말은 '늙은 봉우리'라는 뜻으로 해발 약 2437m에 위치한 고산도시다.

◆잃어버린 잉카의 공중도시

남미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원했던 것 중 하나는 마추픽추를 오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츠로이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필자에게 마추픽추는 떠날 때부터 꼭 가야 할 곳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하물며 마추픽추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고 있지 않은가!

잉카문명의 최고봉, 안데스산맥에 꽃피운 찬란한 문화유적, 특히나 밑에서는 보이지 않아 잃어버린 공중도시라 불리는 이곳을 보러 꾸스꼬로 향한다. 꾸스꼬로 가는 교통편은 항공 또는 육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필자는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버스로 출발, 몇 번의 환승을 거쳐 티티카카호수로 유명한 뿌노를 둘러보고 꾸스꼬로 들어갔다.

◆스페인 흔적이 남아있는 잉카제국의 수도 꾸스꼬

마추픽추 여행의 출발은 대부분 꾸스꼬에서 시작되는데 기차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바로 가거나 버스로 오얀따이땀보로 가서 관광열차인 페루레일을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역에서 하차, 다시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로 올라간다. 이러한 일련의 복잡한 절차를 이곳에서는 투어상품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음으로 여행자들이 이곳 꾸스꼬를 마추픽추의 전진기지로 찾는다.

해발 3,600미터에 위치해 한때 잉카제국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던 꾸스꼬는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 아르마스광장에 있는 대성당, 12각돌 등이 인근에 있어 도보로 둘러보기 편하다. 아르마스광장에 있는 대성당은 꾸스꼬 중심에 있던 잉카의 바리코차신전을 허물고 그 석축위에 자신들의 종교를 위해 성당을 지어버린 곳으로 비록 신전은 정복자에 의해 허물어졌으나 견고한 잉카의 석축은 아직도 굳건하게 그들의 성당을 받쳐주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잉카제국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던 꾸스꼬에는 태양의 신전 위에 지어진 산토도밍고수도원이 자리하고 있다.
잉카제국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던 꾸스꼬에는 태양의 신전 위에 지어진 산토도밍고수도원이 자리하고 있다.

꼬리깐차신전은 산토 도밍고성당에 있는데 이곳 역시 잉카제국의 최고의 신인 태양신을 모시는 신전인 꼬리깐차신전의 본건물을 허물고 신전의 기초위에 산토도밍고 성당을 지었다. 그 이후 두 번의 큰 지진에 성당은 무너져 다시 복원하였으나 신전의 외벽과 기초는 아직도 견고하게 남아 정복자에 대한 무언의 항변을 하는 것 같았다.

잉카문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석재를 다루는 기술이다. 도로, 다리, 수로, 건물 등 요즈음으로 치면 철근콘크리트가 필요한 곳이면 어김없이 거대한 화강암 석재가 쓰여졌으며 그 정교함은 흔히들 면도날조차 들어가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돌틈 사이로는 어떠한 틈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를 증명해 주는 것이 산토 도밍고성당 인근 로레또거리에 있는 12개의 꼭지점을 가진 '12각돌'이다.

산토 도밍고성당 인근 로레또거리에 있는 12개의 꼭지점을 가진 '12각돌'
산토 도밍고성당 인근 로레또거리에 있는 12개의 꼭지점을 가진 '12각돌'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12군데를 깎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 무거운 돌을 당시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때 만들어진 축대와 길을 지금도 온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아마 앞으로 몇백년은 더 갈 것 같았다. 꾸스꼬 인근투어로 '성스러운 계곡'투어를 하게 되면 스페인군과 격전을 치렀던 파사크유적지, 잉카시절 농작물연구를 하던 원형계단식 밭 모라이유적지, 산속의 위치한 살리나스염전 등이 있으니 마추픽추로 가기 전에 들러보도록 한다.

마추픽추로 가는 페루 레일
마추픽추로 가는 페루 레일

◆마추픽추로 가는 여러 가지 방법

개별적으로 마추픽추에 가려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역까지 앞서 언급한 방범으로 가되 페루레일 또는 잉카레일의 예약은 필수이며 표 구하기가 무척 어려울 뿐 아니라 관광객은 밀려오고 노선은 독점이니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아구아스 깔리안떼스는 항상 마추픽추로 가려는 여행자들과 호객꾼으로 붐비는 곳이나 기차에서 내려 표시된 길을 따라 광장으로 가 마추픽추 입장권을 끊은 다음 승차장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해발 2,437m에 위치한 마추픽추까지 6km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서 갈 경우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또다른 방법으로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픽추까지 흔히 '잉카트레일'이라 불리는 3박 4일간의 트레킹으로 오를 수도 있으며 이 경우 훌륭한 경관과 자연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나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

페루의 옛 잉카 제국 도시인 마추픽추
페루의 옛 잉카 제국 도시인 마추픽추

◆도대체 왜 여기에 만들었을까?

버스에서 내려 언덕길에 올라서면 갑자기 마추픽추가 확 다가왔을 때 느낀 소감은 '도대체 여기에다 어떻게 도시를 세울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름답다, 거대하다, 경이롭다 등의 생각보다는 왜, 어떻게 이런 극한의 장소에 작은 도시를 건설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뒤에 자료를 찾아보니 일부에서 황실의 휴식처 또는 피난처로 조성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한다.

'늙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2,437m의 뾰족한 마추픽추산 위에 세워진 잉카의 유적은 1400년대 후반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1530년대에 완전히 버려져 사라졌다가 1911년 미국의 '하이럼 빙엄'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생각보다는 그렇게 오래된 고대문명은 아닌 셈이다. 이 도시 뒤편으로 '젊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와이나픽추'가 받치고 있어 우르밤바계곡과 함께 더욱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마추픽추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원주민. 색깔이 화려하고 머리에 쓴 모자가 이색적이다
마추픽추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원주민. 색깔이 화려하고 머리에 쓴 모자가 이색적이다

성스러운 계곡에 있는 작물연구를 하던 원형의 계단식 밭. 기단마다 온도가 다르다고 한다.
성스러운 계곡에 있는 작물연구를 하던 원형의 계단식 밭. 기단마다 온도가 다르다고 한다.

◆산꼭대기에 돌로 이루어낸 잉카문명의 정수

돌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메인 게이트 인티푼쿠를 통해 유적지로 들어서면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태양의 신전과 지배계층의 유적지, 콘도르신전 등이 나오며 흔히 나침반 돌이라 일컫는 커다란 돌 하나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돌은 동서남북을 현재 기준으로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는 신성한 돌로 모양은 단순했으나 뒤에 본 관개수로와 함께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시 아래쪽 경사면은 온통 석축으로 쌓은 계단식 경작지가 차지하고 있고 이 경작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돌로 배수로를 만들었는데 워낙 정교해서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볼수록 대단하게 여겨졌다.

유적지 앞에 마주 보이는 첨탑모양의 와이나픽추산은 좁은 등산로와 심한 경사에 따른 위험으로 하루 4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사전예약이 필요하지만 그 꼭대기에도 유적이 있으니 다녀오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성스러운 계곡에 있는 살리나스염전. 보통 소금은 바다에서 만들어지는데 살리나스에선 해발 3,000m에 위치한 작은 웅덩이에서 만들어진다. 잉카인들이 소금을 채취하던 방식 그대로 소금을 채취하면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성스러운 계곡에 있는 살리나스염전. 보통 소금은 바다에서 만들어지는데 살리나스에선 해발 3,000m에 위치한 작은 웅덩이에서 만들어진다. 잉카인들이 소금을 채취하던 방식 그대로 소금을 채취하면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많은 기대와 함께 찾은 마추픽추를 내려오며

어디를 가든 기대가 크면 실망도 따르는 법인데 이곳 역시 그러했다. 첫째로 유적이 있는 절묘한 위치와 정교한 건축기술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앙코르와트나 기자의 피라미드 그리고 멕시코와 중미일원에 이르는 마야문명에 견주어 특별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둘째로 마추픽추의 의미를 감소시킬 정도로 여행경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며

셋째는 유적의 상당부분이 개보수가 이루어진 상태라는 사실이 아쉬운 점으로 다가왔다.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마추픽추가 꼭 들러보아야 할 가치가 충분한 세계 최고의 유적지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했다. 이제 한가지 숙제를 끝냈으니 눈 덮힌 피츠로이를 만나러 다시 파타고니아로 떠난다.〈끝〉

박철우 자유여행가
박철우 자유여행가

박철우 자유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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