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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의 행복살롱] (8)행복은 '내가 나를 어떻게 세우는가'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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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힐티 "기쁨은 성실히 의무를 다할 때 태어난다"
원남철 재미교포 "행복은 일상 중 수행하는 일에서 따라오는 부대 효과"

카를 힐티(1833~1909)는 스위스의 사상가이자 법률가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주의적 사회개량주의자로, 삶에서 가장 큰 감화를 주고 애독한 것은 성서였다. 그는 교회에서의 집단적인 예배와 기도 형식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직접 신을 믿고 그리스도가 돼야 하며, 끊임없이 신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것이 신앙생활의 최종 목표라 생각했다. 또한 불행은 행복을 위해 필요하며 인생 최대의 행복은 신 가까이에 있다고 봤다.

대표작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와 「행복론」은 '참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인가'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성서,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단테, 톨스토이에서 뽑아낸 지성의 에센스로서, 현대인들에게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설파하고 있다.

▷행복의 첫 조건은 윤리적 세계 질서에 대한 굳은 신앙= 행복의 첫 번째이자 불가결한 조건은 영원하고 절대적인 신의 존재와 윤리적 세계 질서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갖는 것이다. 이 신념을 통해 인간은 필연적으로 따르는 고통과 불행을 단순히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영혼의 성숙을 위한 필요한 시련으로 재해석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일은 행복을 향한 핵심 통로= 올바르게 일해서 흘리는 땀이야말로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끊임없는 힘과 쾌활한 정신의 비밀이다. 그것들은 서로 작용해 진정한 행복감을 만든다. 일에 몰두해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 된다. 시간 활용도 중요하다. 짧은 짬이라도 낭비하지 않고 계획적,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지혜가 행복한 삶의 기본이다.

▷이기주의와 외적 집착은 불행의 원인= 사회적 지위, 명예, 부에 대한 이기주의적 집착을 경계하라. 이러한 외적 요소들은 타인에게서 오는 것이기에 자력으로 얻는 행복이 아니며, 불행의 원인이 된다. 반면 근면과 자기 절제, 단순한 생활이야말로 참된 만족을 준다.

▷인간관계는 행·불행의 원인= 사람은 행복을 주는 소중한 존재지만 관계가 잘못될 경우 큰 불행의 원인이 된다. 여러 부류의 평범한 사람들과의 교제에서 얻는 기쁨은 가장 큰 기쁨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늘 아래쪽으로 눈을 향하고 있으면 오히려 괴로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기대도 말고 두려워도 말라= 세상에 대해 항상 만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선을 인정하고 악을 무력한 것, 영속적이지 않는 것, 마침내 자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땅의 일에 크게 개의치 말라= 중요한 일만 잘 돼 간다면 그 밖의 작은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작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 사람이나 사람의 판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쓸데없이 마음 아파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기의 의무를 알고 그것을 충실히 해냄으로써 자신을 잊어라. 인간적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이런 자세다.

▷내적 평화의 흐름이 행복=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끊임없이 자기의 힘을 분출하고 늘 자신을 격려하며 강제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관을 믿고 단호하게 실행하며 우리가 버린 것을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그때 행복은 저절로 생겨난다. 내적 평화의 흐름이 행복이며, 이런 정신적 성숙 이후에는 다른 사람에게로 이를 쏟아야 한다.

▷축복은 고난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 비록 그 삶이 고생과 노동으로 점철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존귀한 것이다. 이 산을 오르려 하는 자, 그 산기슭에서 커다란 어려움에 마주치리라. 그러나 올라감에 따라 어려움은 사라지고 그대를 힘들고 괴롭게 한 것이 마침내 즐거움이 된다. 이것이 행복이다.

원남철 씨는 199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현주 기자
원남철 씨는 199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현주 기자
원남철 씨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Amazon) 본사 앞에 서 있다. 뒤에 보이는 세 개의 유리 돔이 아마존 본사의 부속 건물인
원남철 씨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Amazon) 본사 앞에 서 있다. 뒤에 보이는 세 개의 유리 돔이 아마존 본사의 부속 건물인 '더 스피어스(The Spheres)'다. 본인 제공

〈원남철 재미교포〉

대구 출신인 원남철(70) 씨는 재미교포다. 대기업에 다니다 마흔에 가족들과 미국 시애틀로 건너갔다. 미국에선 자영업에 몸담았고 64세 때 은퇴했다. 현재는 배우고 사색하는 혼자 만의 시간, 그리고 친구들과의 사소한 일상 등으로 인생 후반전을 즐기고 있다.

원남철 씨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자택에서 기계로 마당 잔디를 깎고 있다. 본인 제공
원남철 씨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자택에서 기계로 마당 잔디를 깎고 있다. 본인 제공

-지금까지의 인생여정을 들려달라.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와 대학(경북대)까지 이 곳서 마쳤고, 졸업 후엔 공업계 고등학교 교사로 1년 간 있었다. 이후 군대에 갔고 제대 후엔 청주에 있는 금성계전(현 LS일렉트릭의 뿌리)에 취업했다. 그게 1983년의 일이다. 7년 후엔 미국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현재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처제도 미국 이민자였기에 연이 닿은 것이다. 그렇게 결혼해 딸 하나, 아들 하나 낳고 평범하게 8년을 살았다. 그러다 아내 때문에 이민을 고민하게 됐다. 당시 처가 식구들은 처제의 초청으로 다 미국에 이민 가 있는 상태였는데, 아내 입장에선 그립고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딸이 8살, 아들이 6살 되던 해(1998년)에 과감히 미국 이민을 단행했다.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미국에서도 기계엔지니어링 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취업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고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처음 3년 간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현지 분위기를 익혔다. 이후 세탁소와 편의점, 일식당을 20년 가까이 운영하며 아이들 교육시키고 가정 건사하며 살았다.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살 정도는 됐다. 미국은 일확천금을 노린다거나(그래서 사기를 당함) 게으르지만 않으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에 걸려 건강적으로 꽤 고생했다. 이 때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소위 은퇴를 한 것이다. 현재는 책 읽고 사유하고 운동하며 유유자적하게 지내고 있다. 자녀들도 결혼해 이제 제 가정 꾸리고 산다. 딸은 아들 하나 낳아 근처에 따로 살고 있고, 아들 내외는 우리 부부와 한 지붕 아래 거주한다.

미국에서의 삶을 되돌아보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줄곧 일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한국에 살았더라도 별반 다를 게 없었겠지만 그래도 타국생활이라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다. 낙이라면 한 달에 두세 번 주말에 동종업계 교포들과 만나 식사하고 술 한잔 하는 것이 다였다. 아주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감사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자족하며 지금은 삶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원남철 씨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자택 마당에서 외손주와 놀아주고 있다. 본인 제공
원남철 씨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자택 마당에서 외손주와 놀아주고 있다. 본인 제공

-행복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독교가 모태신앙인데 '네 이웃을 사랑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 행복은 내가 바르고 소박한 마음을 유지할 때 찾아온다. 행복하니까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에 행복이 깃든다. 그리고 배려와 존중 등 타인을 사랑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

현재 은퇴자로 살면서 행복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배움'이다. 신문이나 책, 유투브를 보다가 화두를 찾으면 인터넷으로 탐색하고 사색하다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 때가 있는데 거기서 오는 기쁨이 참 크다. 논어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이것이 요즘 나의 큰 즐거움이다.

또 하나는 친구들이다.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대화하고 웃음을 나누는 사소한 일상들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무엇보다 교포다 보니 한국에 나가 옛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최고의 즐거움이자 특별 이벤트다. 지금 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지난달 22일 귀국해 한 달 일정으로 대구 등지에서 친구들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 화내지 않고 웬만하면 이해하고 사는 자세 등도 나의 행복을 위해 중요하다. 그래야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드니 더욱 그렇다.

원남철 씨가 딸, 사위, 외손주와 함께 시애틀의 한 회전 스시에서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본인 제공
원남철 씨가 딸, 사위, 외손주와 함께 시애틀의 한 회전 스시에서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본인 제공

-자녀 또는 인생 후배들에게 행복과 관련해 조언을 한다면.

▶행복은 누구나 추구해야 할 대상이지만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일상 중 수행하는 일에 의해 수시로 따라오는 부대 효과가 행복 아닐까 싶다. 행복을 목표로 삼고 남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멀리 달아나니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젊을 때는 일이 우선이니 최선을 다해 일했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이야말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뛰다 보면 성취감 보다는 좌절감을 느낄 때가 더 많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할 필요는 없다. 실패했을 때는 그 원인에서 교훈을 얻고, 어려움은 잘 넘기는 것이 지혜다.

내 경우도 대학교 1학년 때 첫사랑의 여학생을 만났는데 관계가 잘 진척되지 않아 끝내 상사병이 됐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람의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키고 말려 죽이는 병이 상사병이다. 너무 힘드니까 자살도 생각했는데 죽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죽을 뻔했다 살아 돌아왔다는 생각에 무엇보다 멘탈이 강해졌다. 군 생활과 미국에서의 이민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때 시련이 약이 됐다. 또 산산이 찢어지는 마음을 느껴봤기에 살아가면서 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력도 높아졌다. 그러니 인생 시련이 와도 포기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경제적인 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나이 들면 돈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행복도 논할 수 있다.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경제적인 부분은 자연스레 해결된다. 그리고 행복은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내 마음 먹기에 따라 찾아오기도 하고 안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니, 행복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관건이다.

원남철 씨가 한국에 나와 옛 친구와 술 한 잔 나누고 있다. 이현주 기자
원남철 씨가 한국에 나와 옛 친구와 술 한 잔 나누고 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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