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가! 복동아, 루디야"…일주일 새 코끼리·침팬지 떠나보낸 달성공원

48년 간 달성공원 지킨 코끼리 '복동이' 지난 4일 숨져
지난 11일엔 침팬지 '루디' 마취총 맞고 폐사
대구시민들 "어린시절 함께한 동물들인데 안타까워"

13일 오전 11시에 방문한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 코끼리사 앞에는 48년 간 대구시민들의 친구가 돼 준 복동이를 그리워 하며 시민들이 두고 간 추모 꽃이 놓여있었다. 한소연 기자
13일 오전 11시에 방문한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 코끼리사 앞에는 48년 간 대구시민들의 친구가 돼 준 복동이를 그리워 하며 시민들이 두고 간 추모 꽃이 놓여있었다. 한소연 기자

일주일 사이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코끼리와 침팬지가 연이어 숨을 거뒀다. 오랜 기간 달성공원 동물원에 머물며 대구시민들과 함께 한 동물이 세상을 떠나자 시민들의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에 찾은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는 원래 두 마리였으나 지난 4일 세상을 떠난 '복동이'의 빈자리가 커보였다. 시민들도 그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다. 코끼리사 앞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추모 꽃이 놓여있었다.

올해 50살인 복동이는 1975년 한 기업의 기증으로 달성공원에 보금자리를 튼 후 지금까지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복동이는 지난 6월부터 발톱주위염 증상과 노령으로 인해 체력 저하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구 대신동에 사는 마종배(74) 씨는 "지금 대학생인 손자들을 데리고 매주 코끼리를 보러 갔었다. 말도 못하는 어린 것이 코끼리 코를 보더니 까르르 웃던 기억이 선명하다"며 "복동이 소식을 손자에게 전하자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복동이가 죽고 일주일이 지난 11일에는 오전 9시 11분쯤 사육 중인 침팬지 암수 한 쌍(알렉스‧루디)이 우리에서 탈출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전 9시 30분쯤 암컷 알렉스를 포획했고, 10시 40분에 마취총으로 수컷 루디를 제압했다.

마취총을 맞은 루디는 회복 중에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으로 깨어나지 못했다. 침팬지 두 마리를 제압하다 부상을 당한 달성공원 동물원 사육사는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침팬지사 주변에는 '접근제한' 띠가 둘러져 있었고 침팬지는 단 한 마리도 나와있지 않았다. 침팬지를 보러 온 시민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경북 예천에서 온 오승안(9) 군은 "침팬지 보고 싶었는데 한 마리도 못 봤다"며 아쉬워했다.

시민들은 침팬지 루디가 마취총에 맞고 회복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달성공원 동물원에 두 번째 방문했다는 윤미현(30) 씨는 "침팬지의 탈출 소식을 들었다"며 "직접 와서 보니 쉽게 탈출 할 수 있는 우리는 아닌 것 같은데 관리 실수는 없었는지 제대로 확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도 입장문을 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 행동 카라'은 대구시 달성공원관리소에 ▷탈출 원인 ▷마취총을 사용하게 된 경위 ▷부검 결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카라 측은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조사와 진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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