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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모두 다는 아무도 아니다

모두에게 말하는 광고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사진 pixabay
모두에게 말하는 광고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사진 pixabay

Everybody is nobody.

길을 걷다 보면 낯선 이의 욕망을 마주할 때가 있다. 바로 광고이다. 광고는 욕망의 압축이다. 은행의 욕망, 사업가의 욕망, 의사의 욕망이 가득하다. 우리의 역할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다. 광고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욕망이 없다면 광고란 존재할리가 없으니 말이다.

다만 욕망은 그것이 넘쳐 실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모두에게 하는 메시지가 그러하다. 병원 광고를 보면 자주 접하는 단어가 있다. '나도~너도~'. 그리고 병원 광고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남녀노소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남자, 여자, 아이, 어르신까지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우리 병원에 오라는 말이다. 옆집 세 살배기 준서도 아흔이 넘은 앞집 김영감님도 우리 병원에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Everybody is nobody라는 사실이다. 모두에게 말하는 욕망은 공허하다. 나 보다 높은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산 정상에 올라 소리쳐본다.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 욕망은 내 귀 속으로만 들어올 뿐이다. 그 메아리를 먹은 욕망의 사람은 체하고 만다.

광고의 타깃은 연애편지 쓰듯이 해야 한다. 인류의 탄생 이후 받는 이가 없는 연애편지는 존재한 적이 없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명확한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너도~나도 라는 카피로 혹은 남녀노소가 활짝 웃고 있는 이미지는 누가 봐도 안타깝게도 메시지의 공해로 귀결된다. 병원의 원장님은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른다. '모두에게 말했으니 성공했어!' 하지만 실상은 모두에게 하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한 말이 아니다.

광고주는 광고에 욕망을 담는다. 소비자는 자신의 욕망을 빼앗기기 싫어 광고판을 애써 외면한다. 누군가의 욕망이 더 강한가 싸움이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광고주는 지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세상은 광고주의 욕망으로 넘쳐나고 소비자는 그것을 무시하는 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진짜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오늘 편지 한 통을 써보자. 대상은 자신의 어머니 혹은 아내 또는 자녀이다. 편지를 쓰다 보면 광고의 법칙을 깨닫게 된다. 그 속에는 타겟팅하는 법, 메시지에 사랑을 담는 법,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는 법 등의 법칙을 알게 된다. 이 세 가지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에 속한다.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 하나의 고객부터 만족시키는 것이다. 한 명만 만족시키는 지금 당장 굶어 죽는다고? 천만에. 그렇지 않다. 한 명의 고객 뒤에는 100명의 사람이 있다. 즉 한 명의 고객은 한 명이 아닌 것이다. 한 명을 만족시키는 것은 100명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반대로 한 명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불만족한 100명을 생산해 내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명확하게 하라. 그리고 단 한 명을 만족시켜라. 이것이 가능하다면 당신이 가장 좋은 광고를 이미 세팅한 것이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 (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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