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인데도 내 말을 안 듣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 내기 일쑤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다잡으며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생각하지만, 욕심이 과한 걸까? 생각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럴 때면 늘 나오는 말이 있다.
"도대체 누굴 닮아 이런 걸까? 난 안 그랬었는데…."
이 말을 들은 아이가 이렇게 대답한다.
"누굴 닮긴 누굴 닮아. 엄마·아빠 자식이니까 다 엄마·아빠 닮은 거지."
듣고 보면 맞는 말인데 왜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걸까? 문득 가르친다는 것이 꼭 책을 펴놓고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자연스럽게 닮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녀의 모습은 곧 부모의 모습
가르침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책상과 의자, 교과서 등을 떠올린다. 지식을 탐구하고 몰랐던 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 그것을 우리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지식이나 능력 등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단순히 책에 있는 내용을 알고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배움이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언어를 배울 때 아기에게 책을 펴놓고 자음자와 모음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었다.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말하다 보면 아이가 그것을 따라 하면서 말문이 트이고 점차 다양한 단어와 문장을 배우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요구를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그것을 따라 하고 닮아가면서 배우게 된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책이 아닌 주변 사람들을 보며 따라 하는 것, 즉 닮아가는 것이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식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보면 좋은 것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든 간에 대부분 부모의 행동을 닮은 부분이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은 나를 닮아서, 좋지 않은 것은 상대방을 닮아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랬든 저랬든 자식에게서 보여지는 모습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곧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말 같다. 그래서 무엇보다 거울인 자식을 보는 것보다 거기에 비춰지는 부모로서의 내 모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교실에선 교사의 말과 행동 닮아
이건 교실에서도 적용될 때가 있는데 교사의 말과 행동을 닮는 경우가 그렇다. 초임 시절이었다. 2학기 우리 반 회장이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데 말투가 너무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그래서 "혹시 엄마, 아빠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이 ○○이니?"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왠지 너무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말투가 회장에게 보였고 심지어 말할 때 손짓과 표정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연했다. 회장과 가장 많이 소통했고 내가 자리를 비울 때나 부탁할 때도 회장에게 했으니 당연히 내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많이 보았던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걸 안 뒤로 최대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닮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내 행동이 모두 좋아서 닮을 수 있다고는 장담을 못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은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닮는다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는 배움의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사의 말과 행동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저학년을 맡고 있는데 우리 반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기특하면서도 간혹 잘못된 행동을 해서 지도할 때면 내가 그러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는 모르지만 교실에서 롤 모델이 되는 선생님이 참 어렵다고 느껴진다.
◆닮아간다는 것이 곧 배우는 것
이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식이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지만 거울에 비친 부모라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끔 교사인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바르게 말과 행동을 하는 학생을 보면 그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고, 반대로 이기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학생을 보면 가정에서 좀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두 환경인 가정과 학교 모두가 닮아간다는 것의 배움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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