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 대통령 “정율성 역사공원 관용으로 해석하면 자유·연대 통합 기반 무너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과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기념공원 조성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호국'보훈 단체와 6'25 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의 보루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광주시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우려하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관용으로 해석하면 자유·연대 통합 기반 무너져…많이 걱정"
윤석열 대통령은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관련"자유·연대 통합을 지향하는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걱정이 많이 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에 참석해 비공개 회의 중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다고 한다. 그것이 과연 우리의 통합이나 관용과 부합되는 것처럼 해석된다면 우리의 자유 연대 통합 지향의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도 25일 논평을 내고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광주시당 측은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행진곡'과 북한군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만들어 625 때 중공군과 북한군의 대한민국 침략에 공헌했다"며 "광주 태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일운동가, 음악가로 포장해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 시민 혈세를 들여 정율성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625 참전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이자 민주주의 수호에 가치를 둔 518 정신과도 극명하게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학생들도 나섰다. 전국학생주도연합 광주지부도 '전범가담 정율성, 광주학생이 거부한다'며 27일 오후 4시 광주 정율성로에서 규탄기자회견에 나선다.

1914년 태어나 1976년 세상을 떠난 정율성은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6·25 전쟁 당시 중공군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2009년 중국 정부가 선정한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과 중국 교류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생가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연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 정부 국가유공자 공적심사 '부결'
국가보훈부는 항일운동가로 소개되고 있는 정율성이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유공자 추서 절차를 밟았다가 공적심사에서 부결된 사실도 공개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정율성의 조카 박모 씨가 2017년 12월 말 경기남부보훈지청에 정율성에 대한 포상 신청을 냈다.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연설하며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다.

당시 국가보훈처(현재 보훈부)는 2018년 4월 공적심사를 했으나 활동 내용의 독립운동 성격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됐다고 한다. 보훈부 측은 심사 과정에서 독립운동 공적이 발굴되기보다 해방 이후 북한 관련 활동이 너무 명백히 드러났다는 설명도 더했다.

여권에서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반국가적 테러'로 규정하며 강기정 광주시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4일 논평에서 "국민 혈세 48억원을 들여 공산주의 앞잡이, 북한 영웅의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광주시와 관계자들은 공산주의 정신을 기리고 싶은 간첩이 아니냐는 국민 비판이 뜨겁다"고 꼬집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광주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자 유족도 강 시장에게 항의하고 나섰다. 고(故) 서정우 하사 모친인 김오복 여사는 지난 23일 강 시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호국 유공자는 무관심하면서 북한중국 공산 세력을 도운 인물을 기념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야권, "공과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이 같은 전방위적 비판에 야권에서는 평가와 공과(功過)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강 시장은 지난 23일 SNS에 "음악가 정율성 동요제를 이어온 것은 18년째고 정율성 공원은 6년 전 계획해 올해 연말 완성 예정"이라며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논의하자. 보훈부도 논란을 멈추고 그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기는 게 지혜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율성기념사업회도 지난 24일 "한중 문화교류를 위해 정율성 생가가 필요하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며 "20여 년이나 이뤄진 기념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도 한중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나친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도 좋지 않다"고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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