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앞에서 "검찰탓" 헛웃음 지은 법원장

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질의 도중 헛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 국회방송TV 유튜브
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질의 도중 헛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 국회방송TV 유튜브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A씨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법제도 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해당 사건을 관할한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이 답변 도중 헛웃음을 터뜨리는 등 피해자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않는 답변 자세로 질타를 받았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국회에서 대전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피해자 A씨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요청으로 국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다만 A씨는 신원 보호 차원에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가림막 뒤에서 증언을 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불리한 사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1심 재판 기록을 보기 위해 열람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거부해 별도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사건 관련 정보를 얻어낼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됐다. A씨는 또 가해자의 반성문이 양형에 참작된 점과 가해자의 강간 혐의를 언론에서 다루기 전까지 검토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러자 박용진 의원은 "피해자에게 재판 기록을 공개하는 건 재판장의 재량이고, 민사소송을 하게되면 가해자에게 피해자 신원이 노출되는 것도 알면서 법원이 이를 권유해 피해자를 보복범죄에 노출되게 했다"며 "사법절차가 가해자의 권리는 보장하면서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대해선 관심이 무딘 거 아니냐"고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에게 물었다.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법원장은 A씨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참고인께 위로의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정훈 의원은 "안타깝다니요? 남 일이에요?"라며 "피해자한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 법원장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고, 조 의원이 다시 "재판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아니냐. 피해자가 (성범죄 혐의 추가 관련) 7번 탄원서 내도 반영 안 하다가 방송이 나간 후에야 판사가 입장을 바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법원장은 "공소사실이 변경되지 않았는데도 (성범죄) 가능성을 보고 받아주는 등 해당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며 "화살의 방향은 검찰을 향하셔야 한다. 법원이 기소되지 않은 공소사실을 두고 심리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 법원장은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조 의원은 "지금 여기가 우스운가. 웃을 일인가"라며 "인간이라면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질책했다.

김 법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A씨는 "굉장히 마음 아픈 이야기"라며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니 저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는 피해자를 '방해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재판기록 열람, 성범죄 추가조사만 해 줬어도 보복 협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는 20년 뒤에 죽을 각오로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제 사건을 빌미로 힘 없는 국민들을 구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으로부터 발차기로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은 뒤 CCTV가 없는 계단에서 발견됐다. 가해자는 처음에 살인미수 혐의로만 기소됐으나 항소심에서 강간 혐의가 추가됐다.

가해자는 1심에서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는 검찰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해당 판결로 확정됐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