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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위기청소년 보호사업' 예산 전액 삭감…참여 지자체 '황당'

경주·구미 등 청소년안전망팀 사업 참여한 22곳 중 4곳만 "내년 정상 유지"
"올 초엔 참여 독려하더니…코로나 후 위기 청소년 급증하는 데 큰일"

경주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지역 청소년들이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경주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지역 청소년들이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극단적 선택 위험이 높거나 학대받는 청소년에게 국비로 생계·치료를 돕던 경주시·구미시가 여성가족부의 사업 폐지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8일 경북도와 시군에 따르면 지난달 여성가족부는 경북 경주시·구미시를 비롯해 전국 22개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운영하던 '청소년안전망팀' 사업의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참여 자치단체 중 4곳만이 관련 사업을 축소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간다. 나머지 10곳은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내년까지만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8곳은 사업을 종료한다.

청소년안전망팀 사업은 여가부가 지난 2020년부터 각 기초단체와 함께 자살·자해 위험성이 높거나 가출, 학대, 학교 부적응 등 위기에 처한 청소년에게 상담과 보호, 신체·심리치료, 생계·병원비, 자립 지원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례 관리사, 임기제 공무원 등으로 전담팀을 꾸려 위기 청소년을 밀착 관리하며, 여가부와 각 지자체가 절반씩 사업비를 부담하고 있다.

기존에도 지역별 청소년 상담복지센터가 비슷한 역할을 해왔지만, 이곳 예산으로는 사회복지사 인건비를 지급하면 남는 예산이 없어 한계가 컸다.

구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지난 6월 초·중·고등학교 상담교사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구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지난 6월 초·중·고등학교 상담교사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심리적 외상개입 전문인력 양성 보수교육'을 실시했다. 기사 본문과는 무관함. 매일신문 DB

사업 참여 기초단체들은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여가부는 사업 참여를 독려하면서 제휴 지자체를 ▷2020년 9곳 ▷2021년 14곳 ▷2022년 20곳 ▷올해 22곳으로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만 해도 올해 예산 11억원을 책정하면서 "지역 내 전담 공무원과 사례 관리사 등 4, 5인으로 규모 전담 조직을 갖추고, 위기청소년 실태조사와 사례관리를 총괄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사업을 폐지한 것이다.

경주시와 구미시는 사업비 1억5천만원(국·시비 각 7천500만원)과 사례관리사 1명의 연간 인건비 3천만원까지 모두 1억8천만원가량을 들여 위기 청소년을 도와 왔다.

구미시는 내년부터 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여가부가 지원하는 '위기청소년 특별지원금'(내년 3천280만원 예상)을 활용해 심리상담 및 사례관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주시는 규모를 줄이더라도 자체 예산으로 내년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도움받는 100여 명 가운데 꾸준히 치료 등 지원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며 "경주시의회에 기존 시비로 부담하던 연간 7천만원의 예산만이라도 편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회에서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기초단체 자부담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곳에 대해 사례관리사 인건비를 일부 지원할 예정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원래 운영 주체가 지자체인 사업에다 국비를 지원했던 것"이라며 "전국에서 22곳만 참여해 사업 지속에 한계가 있었고, 예산 심의에도 반영이 안 돼 내린 결정이다. 올해 위기청소년 안전망 시스템을 개통하는 등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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