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주 코앞 아파트 또 '엉망진창' 사전점검… 날림공사 언제까지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해모로하이엔' 795가구
진입로, 외벽 등 마감 미비 '공사판' 현장서 입주예정자 맞아
내부는 문고리 안달려 있거나 싱크대 상판조차 없어
사전점검 시행 요건이나 강제규정 없는 점 문제
수성구청 "입주예정자 피해 없도록 할 것"

13일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열리고 있는 대구 수성구
13일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열리고 있는 대구 수성구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입구 모습. 김윤기 기자

13일 대구 수성구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사전점검 현장은 동시에 같은 곳에 존재하기 어려운 두가지 풍경이 동시에 펼쳐져 있었다. 단지 곳곳에 건자재가 무더기로 쌓여 있고, 포장조차 되지 않은 길은 울퉁불퉁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한켠에서는 말끔한 옷차림의 현장 관계자들이 입주예정자를 응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 내부에서는 공사가 한창인 듯 날카로운 드릴소리가 끊임 없이 들렸다.

주요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도 않은 채 진행되는 무의미한 '엉터리 사전점검'이 줄을 잇고 있다. 건설사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행정당국이 입주예정자 보호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아파트 사전점검 현장은 내달 28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795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다. 입주예정일 45일전 사전점검 규정에 따라 이달 11~13일 사전점검 행사가 있었지만 입주예정자 대부분은 '이럴 거면 사전점검을 왜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3일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진행 중인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김윤기 기자
13일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진행 중인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김윤기 기자

이곳 아파트 공동현관 천장에는 전등 대신 금속 케이블 형태의 자재가 군데군데 늘어져 있었고, 저층부 외벽에는 석재 마감이 안돼 콘크리트면이 고스란히 노출된 곳이 부지기수였다. 조경수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흙과 자갈더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사전점검을 다녀온 입주예정자들이 전하는 건물 내부 사정 역시 엉망이긴 마찬가지였다. 문고리가 하나도 달려있지 않은 집이 많았고, 도배가 안된 방도 많았다. 모델하우스에서 사용했던 벽지나 타일이 쓰이지 않은 가구도 일일이 세기 어려운 걸로 알려졌다.

유리난간 시공부분에는 나사가 절반만 박혀 있는 곳이 다수였고, 계단 난간에는 제품 대신 쇠파이프가 임시로 박혀 있기도 했다. 화장실에 타일 시공이 덜 돼 있는가 하면 문틀 위로 벽돌이 쌓인 모습이 그대로 노출돼 있기도 했다.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진행 중인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싱크대 상판이 설치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다. 독자 제공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진행 중인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싱크대 상판이 설치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다. 독자 제공

한 입주예정자는 "화장실 타일 간격이 맞지 않고, 배수에 적절한 각도로 구배가 이뤄져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며 "옆집에서 사전점검을 하는데 누수 때문에 전력 공급이 차단됐더라. 지하주차장에서도 누수흔적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또다른 입주예정자는 "시공사가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며 전체적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전점검을 하고 있다. 입주전까지 처리해주겠다는 말뿐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입주자, 조합과 갈등도 심하다. 기분 좋게 입주해야 할 새아파트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 아파트는 9월초까지 골조공사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아 지난 9월 수성구의회 차원에서도 구청에 준공심사 강화 방안을 주문했던 곳인데 우려가 현실이 된 모습이다.

시공사인 HJ중공업 관계자는 "추후 점검 결과가 취합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진행 중인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계단에 난간 제품 대신 쇠파이프가 임시로 설치돼 있다. 김윤기 기자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행사가 진행 중인 수성해모로하이엔 아파트. 계단에 난간 제품 대신 쇠파이프가 임시로 설치돼 있다. 김윤기 기자

행정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갈등을 중재하고 사업자 측의 신속한 보완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엉터리 사전점검으로 논란을 빚었던 경산 중산자이는 경산시가 사전점검 재시행을 권고하며 미시행 시 준공처리를 해주지 않겠다고 시공사를 압박, 지난 11, 12일 양일 간 사전점검을 다시 실시했고 하자 다수가 보완돼 민원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시청 관계자는 "사전점검 전 세대내부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식의 요건이 따로 없다보니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론 막기 어렵고, 사전점검 재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며 "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사업자 측에 입주예정일 전에 입주예정자가 현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준공승인 권한이 있는만큼 추후 입주예정자 피해가 없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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