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중금속 유출수' 논란을 빚었던 대구 달성 폐광산에서 여전히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째 지속되는 중금속 오염 우려에도 정화 시설이 완공되려면 4년이 걸릴 전망이어서 실효성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달성폐광산. 불그스름한 산길 끝 막힌 갱도 앞에는 누런 침출수가 고여있었다.
주변 바위들도 군데군데 적황색으로 물들어 있다. 철 성분이 포함된 갱내수가 산화하면서 주변을 노랗게 만드는 일명 '옐로보이(Yellow Boy)' 현상 탓이다.
달성 폐광산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중석(텅스텐) 단일 광물로 세계 생산량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형 광산이었지만, 1975년 이후 매장량이 소진돼 폐광됐다.
폐광산 주변 하천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오염된 상태였다.
이날 취재진과 현장을 찾은 영남자연생태보존회가 광산 인근 하천에서 채취한 물을 수질 검사한 결과, 유출수는 수소이온지수는 3.67pH로 산성이었고, 전기전도도는 1천500㎲/㎝로 부유물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하천의 산성도는 중성에 가까운 6~7pH, 전기전도도는 300~500㎲/㎝ 정도다.
이 곳에는 미생물과 정화 식물 등으로 하루 최대 80톤(t)을 처리하는 달성자연정화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수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화시설을 거친 하천수를 검사해보니 수소이온지수 3.9pH, 전기전도도 1천372㎲/㎝로 큰 차이가 없었다.
수질 검사에 참여한 추장오 국립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식초에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것처럼, 이렇게 산성도가 높은 하천에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면서 "갱내에서 흘러나온 황산 가스가 바람을 타고 주거지로 내려가 주민들에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년 전 이 곳에서 중금속 유출수가 십수년째 신천에 유입되고 있는 사실(매일신문 2019년 12월 8일 보도)이 드러난 이후에도 인근 하천과 토양에서는 여전히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다.
대구환경청의 '2022‧2023 달성광산 하천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하천 일부에서 카드뮴 기준치(0.005㎎/ℓ)를 초과한 곳이 발견됐다.
지난해 8월 달성광산 하천수를 채취한 3개 지점 중 한 곳에서 카드뮴 0.009㎎/ℓ이 검출됐다. 지난 5월에도 같은 지점에서 카드뮴이 0.012㎎/ℓ이 검출돼 기준치의 두 배를 초과했다.
대구환경청이 실시한 지난해 3월 달성폐광산 토양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조사 지점 35곳 중 3곳(8%)에서 구리가 기준치 150㎎/㎏를 넘었고, 6곳에서는 비소가 기준치인 25㎎/㎏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폐광산을 관리하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수질 현황 자료에서는 일부 중금속이 기준치의 11배를 넘어섰다. 올해 2분기 조사에 따르면 달성광산 유출수에서 망간이 22.2㎎/ℓ 검출돼 기준치(2.0㎎/ℓ)를 10배 이상 웃돌았다. 아연도 2.7㎎/ℓ 검출돼 기준치(1.0㎎/ℓ)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인근 주민들 역시 걱정이 크다. 달성폐광산과 500여m 떨어진 곳에는 마을이 형성돼 있고, 이곳에서 흘러나온 물은 인근 상원천으로 유입된다.
상원리 주민 A씨는 "25년 전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하천에 다슬기도 많이 잡히고 했는데 요즘은 전혀 볼 수 없다"며 "폐광산이 집과 가까이 있으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기존 자연정화시설을 전면 개보수하는 수질 개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물리화학적 처리공법으로 철저하게 광산 유출수를 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설은 오는 12월 발주해 내년에 착공,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진국 전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새로운 정화 시설이 완공되기전까지 수질오염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며 "자연정화시설로 투입되는 곳에 수질에 맞춰 자동으로 알칼리성 물질을 투입하는 장치 등 임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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