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주차구역에 적재물 떡하니…BF인증 받고도 관리 미흡한 대구 학교들

대구지체장애인협회, 대구시교육청에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 촉구
협회 측, 21곳 표본조사 결과 모두 지적사항 발견돼
낙하 위험 도사리는 휠체어 경사로도 다수 적발

대구 달서구의 한 고등학교 강당. 별도의 경사로가 없는 탓에 휠체어를 탄 학생은 진입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제공
대구 달서구의 한 고등학교 강당. 별도의 경사로가 없는 탓에 휠체어를 탄 학생은 진입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제공

대구시내 일부 학교들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을 뜻하는 '베리어 프리(BF·Barttier Free)' 인증을 받고도 여전히 장애인 편의시설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구지체장애인협회는 지난 7~15일 대구의 각급 학교 477곳 가운데 21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모든 학교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지적 사항이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표본조사한 학교 가운데 'BF'인증을 받은 학교는 모두 9곳이다. 'BF' 인증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개별 시설물, 지역을 접근 또는 이용할 때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계획, 설계, 시공된 곳을 인증하는 제도다.

현장 조사에서는 장애인 학생의 원활한 이동을 막는 장애물이 다수 발견됐다. 달서구 한 고교 강당은 마루 문턱에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탄 상태로 10㎝ 높이의 턱을 넘어야 했다.

수성구 한 초등학교 주차장에는 장애인주차구역에 제설함과 바리케이드가 보관돼 장애인이 차에서 내리기 어려운 점이 지적됐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차량 좌석 바로 옆에 휠체어를 두고 옮겨타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충분한 하차 공간이 필요하다.

장애인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로는 들어가기 어려운 시설도 있었다. 문 열림 방향이 화장실 안쪽인데다 세면대와 각종 보조 시설 등이 설치돼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협회측은 설명했다.

예산을 들여 설치한 이동식 휠체어 경사로와 휠체어 리프트 등도 성능 및 규격이 맞지 않거나, 고장 시 사후 관리가 불가능한 곳들도 적지 않았다.

21곳 가운데 학교 8곳의 이동식 휠체어 경사로는 장애인 혼자 이용할 수 없을 정도였고, 이동 시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곳도 있었다.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학교 10곳과 계단 겸용 휠체어 리프트가 있던 3곳도 안전봉과 비상 정지 단추의 상태가 모두 불량했다.

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현장 조사 과정에서 특정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 휠체어가 올 일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기관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대구시교육청 차원에서 모든 학교의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주차구역에 각종 적재물을 쌓아둔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주차장 모습.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제공
장애인주차구역에 각종 적재물을 쌓아둔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주차장 모습.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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