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경북 산단 안정적인 전기 공급, 우수한 인재 풀, 신공항 물류까지 경쟁력 우수
경북을 견인할 아이디어로 경북 비상 이끌어야

임상준 서부지역 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 취재본부장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기 시작할 때면 생각나는 영화다. 특별한 일을 해 본 적도, 여행 경험도 전무한, 상상하기에만 몰두하는 주인공(월터)이 등장한다. 하지만 생계에 엮여 떠나야만 했던 여행이 삶을 바꾼다. 여행 과정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아 호평을 받았다. 2013년 연말에 개봉했다.

최근 한 기업가의 행복한 상상(?) 이야기 안에서 '월터'가 다시금 생각났다.

그는 포항 영일만신항이 부산항을 능가해 대한민국과 환동해를 아우르는 제1의 항구가 되는 상상의 나래를 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가 규모나 신규 투자 등 여러 방면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뛰어넘는 미래, 크리스마스 기적이 몇 번은 일어나야 가능할 법한 일을 풀어냈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산항에서 싱가포르~인도양~수에즈운하~지중해~네덜란드 항로를 이용한다. 만약 이 바닷길을 포항의 영일만신항에서 북극해를 통과해 유럽(네덜란드)으로 가면 7천여㎞(2만7천㎞→1만2천700㎞)를 줄일 수 있다. 수송일로는 열흘(24일→14일)을 아낄 수 있는 거리다. 지구 온난화에 얼음은 더욱 잘 부서질 수 있는 데다 지금의 쇄빙 기술 발전 속도로 미뤄볼 때 2030~2035년 사이가 되면 북극항로를 상시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포항 포스코의 미래도 그려 보자.

몇 해 전 울진에선 산불이 크게 나 민둥산이 생겼다. 물론 환경적으로 재조림을 하고 울창한 숲을 가꿔야 하겠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화마의 상흔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그 황폐해진 민둥산에 포항의 군부대를 옮기고 후적지를 포스코가 사용하게 한다면. 혹은 울진 비행장을 포스코 추가 단지로 이용할 수 있으면 협소한 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포항의 꼬리까지 간척해 바다를 메우고 수심이 깊은 영일만항에 큰 배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까지 연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영주 베어링 산업단지 등 경북의 거점 공단에 세관이 직주하는 상상도 그 자체로 즐겁다. 경북 산단에서 신공항, 영일만항을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물류의 세관 출입을 간소하게 하는 일이야말로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이미 베트남 박닌성에서 경험한 스토리다. 삼성이 1995년 피처폰 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에 진출했을 당시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관이 산단에 입주, 기업 활동을 도왔다.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삼성의 고위 임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삼성이 베트남을 낙점했던 이유 역시 베트남 정부의 광폭 지원을 꼽았다.

경북의 환동해 원자력발전소에서 끌어오는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와 풍부한 낙동강 수계 ▷지역 20여 개 대학의 풍부한 인적 자원 ▷신공항의 물류 환경까지, 경북 산단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여기에 더해 성주의 사드 기지가 정조준하고 있는 안전한 산단의 대공 방어 능력은 경북 산단만의 장점이다.

인류의 역사와 진보는 상상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번역기, 무인전투기, 운전자 없는 자동차 등 SF 영화 속에 등장했던 불가능하다고 치부되던 무수한 미래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다행히 서울은 내려오고, 부산은 치고 올라오는데도 '멍만 때리던 경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메타버스 수도 경북, 한복의 세계화, 천년 건축 등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움켜쥐고 상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영일만신항이 북극 항로 중심이 되고, 포항 포스코에 대규모 신규 투자가 일어나지만 부지가 모자람이 없는, 새해엔 대구경북의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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