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경북 사람들은 국민의힘이 ‘TK당’ 되는 것 원치 않는다

국민의힘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당이 천천히 삶기고 있는 개구리 꼴'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 참패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예고하고 있다.

8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5~7일)에서 총선 때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이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을 앞선 곳은 대구경북(지원론 66%, 견제론 20%)이 유일하다. 대구경북 못지않은 국민의힘 표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견제론'이 46%로 '지원론'(38%)을 추월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도 '견제론'(51%)이 '지원론'(35%)을 크게 앞섰다.

이런 민심 이반을 되돌리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TK당'으로 쪼그라들 것이다. 그 연쇄반응은 윤석열 정부의 식물화, 보수 진영의 몰락, 대한민국의 정체성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TK당'이 되는 사태를 바라는 대구경북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구경북 사람들의 국민의힘 지지는 '묻지마 지지'가 아니다. 공천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TK 현역 의원들 가운데 선수(選數)를 불문하고 자질과 정치적 존재감이 기대 이하라는 평을 듣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은 대구경북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위기감, 그런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잘 알아야 한다. 전폭적 지지의 진정한 의미는 대구경북의 지지를 기반으로 혁신하고 또 혁신해 세대와 계층, 지역을 망라해 폭넓은 지지를 받는 개혁 보수 정당이 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충정을 철저히 배신하고 있다. '혁신'한다며 '인요한 혁신위'를 만들었지만 김기현 지도부의 생명 연장을 위한 액세서리로 전락시켰다. 그래 놓고 김기현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가 조기 해체된 11일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런 말로 하는 '혁신'이 무슨 감동과 지지를 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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