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4 신춘문예 심사평] 비유적 문장으로 찾아 나선 자아의 진정성

여세주·조병렬

여세주 수필가·수필미학 발행인
여세주 수필가·수필미학 발행인

수필 부문에 응모한 작품 수는 481편이며, 응모자들은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의 인지도를 실감케 하는 결과다. 예년과 다르게 응모자들의 연령대도 시니어를 비롯하여 청장년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수필 문학의 향유층 확장을 시사하는 현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수필의 관습적 서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 실험에 도전하려는 작품들도 상당하여 수필의 장르 해체를 향한 욕구가 꿈틀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아직 수필의 기본 문법에 미숙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철차탁마하는 수련이 필요하다.

수월성을 갖춘 작품을 발굴하는 데 골몰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런데도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나는 기쁨이 이런 수고를 단숨에 날려 버렸다. 최종적으로 세 편의 작품을 발굴하여 심도 있게 분석했다.

조병렬 수필가
조병렬 수필가

'시간의 무덤'은 삶의 고뇌와 철학을 담담한 독백조로 읊조린 작품이었다. 문장에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는 능력도 보인다. 작가의 문학적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경험을 주제의 범주 속에 주워 담지 못한 부분이 있다거나 사유가 정돈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회혼'은 정제된 문장력과 섬세한 묘사력이 눈길을 끌었지만,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서툴렀다. 가부장적 에고이즘의 구호가 노부부의 애틋한 삶의 모습과는 겉돌았다.

문학적 완성도에서 흠결 없는 김경숙의 '인쇄용지의 결'을 흔쾌히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인쇄용지의 결에서 착상해 인간의 결에 대한 사유를 펼친 작품이다. 존재감 없이 살아온 삶을 성찰하며 자아를 찾아 나서는 진정성이 비유적 문장의 고운 결을 타고 맛깔나게 표현돼 있다. 비유적 언어 구사가 작품의 문학성을 돋보이게 한다.

당선자는 아름다운 결을 지닌 작품을 꾸준히 출력하리라 기대한다. 이번에 선정되지 못한 분들은 문학적 완성도 갖춘 작품으로 다음을 기약하길 바라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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