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국 금리 인하에도 우리 경제는 녹록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경제가 급속히 얼어붙자 주요 통화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이 돈을 풀었다. 시중에 넘쳐난 돈 덕분에 불황을 막았다는 증거는 없지만 파장은 엄청났다. 당장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돈을 거둬들이겠다면서 지난 21개월간 꾸준히 금리를 올리거나 고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조치가 최소한 미국에는 주효했던 걸로 보인다. 중장기 목표치인 2%보다는 높지만 9%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로 내려앉았다. 실업률도 안정세다.

이에 연준은 내년에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증시는 상승하고 치솟던 채권 금리는 급락했다. 과거 수차례 연준의 금리 인하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기를 부양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기대는 금리 인하 국면을 맞아도 내려가는 물가가 다시 치솟지 않고 실업률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 심각한 경기침체 없이 긴축 국면(고금리 시대)을 끝내는 것이다. 일단 연준은 물가 인상이 급작스러운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탓에 생산과 물류가 막히면서 공급망이 무너졌기 때문이고, 팬데믹이 끝난 뒤 수요와 공급 모두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탓에 여전히 공급망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유럽도 변수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지만 물가 불안이 고민스럽다. 중국은 더 심각하다. 역시 금리 인하가 절실할 만큼 시장이 위축돼 있지만 자칫 금리를 낮췄다가 외국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위안화 가치가 폭락할까 봐 걱정하고 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3분기 말 1천876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걱정이다. 금리를 내리자니 가뜩이나 위험한 가계 부채를 더 늘릴 판이고, 상승세인 연체율마저 시한폭탄이다.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대출 부담에 짓눌린 가계와 기업 모두 나자빠질 판이다. 고금리 상황에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까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치에 발목 잡히지 않고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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