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쟁 폭주 잠시 멈추고 민심을 되짚어 봐야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이른바 '쌍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국은 시계 제로에 놓였다. 첨예한 공방 끝에 여당이 표결에 불참하는 등 반쪽짜리 법안인 데다, 입법을 위한 후속 과정마다 극한 대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여야 모두 표 계산과 단속에 들어가면서 정책 개발 등 당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공천심사위원장 인선까지 미루면서 '쌍특검법'에 올인해 왔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지켜 내기 위해 당력을 집중해야 할 처지다.

우여곡절 끝에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더 큰 문제다. 특검의 일일 브리핑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수사 내용은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정치판에 새로운 논쟁거리를 '화수분'처럼 공급하게 된다. 공방 소재가 넘쳐 나는 상황에서 검증도 안 된 수사 내용은 대한민국을 그야말로 '특검법 블랙홀'로 빠지게 할 수 있다. '쌍특검법' 처리에 탄력받은 민주당이 여세를 몰아 입법 독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쌍특검법'과 동시 처리하려다 다음 달 초로 미룬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강행을 거듭 예고했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3건의 국정조사 추진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사안들을 처리하는 과정마다 대치는 불가피한 데다, 모두 처리되더라도 수사와 조사에 국회 동력이 소진돼 국정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국가 상황이 백척간두인데 정치의 혼란상이 더 이상 확대돼선 안 될 일이다. 머리 위에 적의 정찰위성이 돌아다니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이 공해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경제는 저성장을 거듭하며 경제 대국의 위상과는 멀어지는 분위기다. 입법 기관 본연의 업무는 법안 수립이지만 그것보다 항상 우선되는 것은 국민이다. 작금의 정쟁이 국민을 위한 일인지, 정치권은 잠시 정쟁을 멈추고 민심을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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