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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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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개막 이틀째인 지난달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 이동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CES 개막 이틀째인 지난달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 이동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지난 달 말 현대자동차 노조가 재미있는 성명을 냈다. 회사가 생산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려 한다며 일방통행으로 일을 진행하면 판을 갈아엎을 거라 경고한 것이다. 이들이 날카로워진 것은 얼마 전 현대차 그룹이 최고 전략회의에서 무인공장 프로젝트인 'DF247'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명칭 자체에 들어있다. 풀어서 Dark Factory 247은 24시간, 주 7일 가동이 가능한 공장이란 의미다.

그것도 불도 켜지 않은 컴컴한 어둠 속에서. 이게 어떤 의미인지 감이 안 오시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의 엔딩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주인공은 죄다 로봇뿐인 거대한 공장에 혼자 들어와 버튼 하나로 공장을 돌린다. 이 장면에는 공장 안에 조명이 들어와 있는데 새까만 어둠을 찍을 수는 없으니 영화적인 설정으로 그리 한 것일 뿐 실제로 로봇 공장에 조명이 필요할 까닭이 없다.

먼 미래가 아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얼마 안 가 전 세계 모든 공장의 풍경을 하나로 통일할 그림이기도 하다. 상황을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인간의 배제는 21세기 중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를 기겁하게 만든 것은 '아틀라스'라는 로봇이다.

목과 척추가 360도 회전 가능하고 고성능 인공 지능 탑재로 작업 환경을 이해한다. 심지어 혼자서 배터리도 교체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머리가 돌아가는 로봇의 탄생으로 이제 무인공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조가 긴장하는 이유다. 아틀라스의 본격적인 현장 투입은 2028년으로 알려져 있다.

◆희망퇴직은 회사가 노조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사는 비용

노조는 사측이 이 공장을 밀어 붙이면 판을 갈아엎을 거라 했다. 가능할까. 설비 투자는 경영자 고유권한이다. 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용과 근로조건을 들이대며 이를 늦추는 거 말고는 없다. 물론 마지막 카드는 파업이다. 구조조정 꼼수다, 외치면서 단체 행동에 들어가면 회사도 난감하다.

그런데 요 대목에서 가정을 해보자.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고액을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 3억에서 5억은 고민의 구간이지만 퇴직이 코앞이 아니라면 장기근속이 유리하다는 산수가 가능하다. 노조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액수가 10억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10억을 연봉 1억 노동자의 10년 치 수입으로 단순계산하면 안 된다. 생활비 등 나가는 돈이 있으니까 연간 저축액은 3천만 원 안팎이다.

그 경우 10억은 33년을 모아야 가능한 액수가 된다. 과연 외면할 수 있을까. 절대 쉽지 않다. 단체행동으로 노조가 버틸 수 있는 한계점으로,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하자는 소리 반드시 나온다. '연대'를 개인의 계산으로 분해하는 것이다. 이때 회사에서 퇴직 신청 기한을 못 박으면 와해는 가속화된다. 타이밍을 놓치면 10억이 날아가는 상상을 하는 순간 마음은 조급해진다. 심리적으로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더 예민한 법이다.

아틀라스 한 대의 가격은 2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걸 2년 연봉으로 보면 역시, 곤란하다. 복지비, 보험료 등 추가비용이 들어가므로 끽해야 1년 4개월 치다. 연봉은 다음 해에도 또 나간다. 아틀라스는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틀라스 도입 2년 차부터 비용구조는 역전된다. 로봇이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고정 자산'이 되는 순간 기업은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당겨온다. 희망퇴직금 10억도 기업 입장에서는 생각만큼 큰돈이 아닌 것이다. 이 계산에서 노동자가 설 자리는 없다. 슬프지만 세상은 그렇게 갈 것이다.

◆아직도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로 보이세요?

10억을 받은 후 현대차 전직(前職) 노조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알려드린다. 절반으로 현대차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때는 회사 이름도 바뀌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현대 로보틱스 그룹으로. 현대차는 이미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는 더 이상 차가 아닌 '바퀴 달린 로봇'이다. 자동차로 시작했지만 가장 먼저 자동차를 버리고 있는 회사가 현대다. 노조가 단체 행동으로 회사와 맞서던 시대는 끝났다. 인간 노동의 시대에 소리 없이 황혼이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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