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만 되면 대형 화물차에 점령당하는 도로…대구 율하지구 민원 빗발

인근 신서화물차공영차고지 수용률 극히 낮아
초등생 등교 및 아파트 입주민 안전 위협 '조마조마'
공영차고지 태부족에 도심 대형화물차 불법주차 문제 반복
"신도시·공단 조성 시 차고지 설치, 임시주차시설 확보 필수"

대구 동구 율금초등학교 인근 도로에 오후 7시쯤부터 대형화물차와 버스 등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김유진 수습기자.
대구 동구 율금초등학교 인근 도로에 오후 7시쯤부터 대형화물차와 버스 등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김유진 수습기자.

대구 동구에서 대형 화물차나 버스 등 대형 차량들의 불법 '밤샘 주차'가 기승을 부리면서 교통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공영차고지 부족이 주된 원인인데 신도시나 공단 조성 시 차고지를 설치하거나 임시 주차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오후 7시쯤 동구 율금초등학교 앞 왕복 6차로 도로. 율하지하차도 진입로 가장자리를 따라 화물차와 관광버스 등 대형 차량 8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인근에 사는 차주들이 도롯가를 점령하고 밤샘 주차를 하고 있는 것. 이 일대는 대형 차량들의 불법 주차가 끊이지 않아 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화물차가 늘어선 도로변과 초등학교가 인접해 등교 시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대규모 택지지구 특성 상 아파트가 밀집해 주민들이 교통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 이모(22) 씨는 "대형 차량 운전자의 시야에는 키가 작은 초등학생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자칫 보행자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김모(70) 씨는 "오후 11시가 넘어가면 불법 주차 행렬이 더 길어지는데 달리는 차량들이 부딪히진 않을지 조마조마하다. 아찔한 순간들도 많다"고 우려했다.

현행법 상 노란색 번호판을 단 영업용 화물·여객 차량은 지정된 차고지에서만 밤샘 주차를 할 수 있다. 차고지가 아닌 장소에서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에 1시간 이상 주차하면 운행정지 5일 또는 20만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동구의 경우 지난해 차고지 이외 밤샘 주차로 모두 98건이 적발됐다.

불법 밤샘 주차가 반복되는 건 화물차 수에 비해 공영차고지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1일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동구에 차고지가 등록된 2.5톤(t) 초과 대형 화물차량은 모두 7천291대다. 반면 동구 신서화물차공영차고지의 수용 차량은 190대로 수용률이 2.6%에 불과하다.

대구시내 전체에는 2021년 말 기준 1만5천여대의 2.5t 이상 화물차가 등록돼 있지만 북구 금호화물차공영차고지(305면)과 신서화물차공영차고지를 합해도 441면에 불과하다.

대구 금호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에 화물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금호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에 화물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매일신문 DB.

이마저도 대다수의 지입 화물 차주들에게는 '하늘의 별따기'다. 신서화물차공영차고지는 2년마다 추첨을 통해 정기 이용자를 선정하는데, 동구 주민이어도 화물차 운송사가 타 지역에 있으면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화물차주 김모(63) 씨는 "공영차고지에 들어가려도 타 지역에 등록된 지입 화물차는 후순위로 밀린다"면서 "매달 지입료로 25만원씩 내는데 주차 단속에 걸리면 20만원이 부과되니 이중고"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김동수 화물연대 대구경북본부장은 "차고지 부족이 심각한만큼 신도시나 공단이 들어설 때 화물차고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도시 계획단계부터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훈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등록된 차고지가 화물차주들의 주거지와 먼 경우가 많은 것이 밤샘주차가 성행하는 원인"이라며 "심야시간에만 개방하는 임시 주차시설 등 주차 유휴 공간을 확보해야 반복되는 밤샘 주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구시는 올해 북구 태전동과 달성군 화원읍에 각각 477면, 612면 규모의 화물차 공영차고지 조성을 추진한다. 당초 2022년 말 착공이 목표였지만, 문화재조사와 토지 보상 등의 이유로 사업이 지연됐다.

한기봉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북구와 달성군에 공영차고지가 신설되면 화물차 차고지로 1천600여면을 확보하게 된다"면서 "부산이나 인천 등 타 지역에 비해 수용률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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