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최재영 목사의 명품백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선물 논란'에서 다수 국민들이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을 받았다'에 주목한다. 선물받은 사람이 대통령 부인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최재영 목사가 명품 백을 선물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한 사람은 내키지 않음에도(또 부적절하게도) 선물을 받았고, 한 사람은 인연과 성의를 앞세워 선물을 주면서 그 장면을 손목 카메라로 도촬, 유포했다'이다.

김 여사가 선물을 받은 것은 적절치 않았다.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최 목사의 행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김 여사가 신중치 못했다면 최 목사는 인간 양심을 농락했다.

필자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인연과 성의를 앞세워 어떤 사람에게 선물하면서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해 "홍길동이 부정한 선물을 받았다"고 터뜨리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정당하다'고 답한다면 인간이 인간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지지한다면 '정치 공세'를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다.

최 목사의 행위를 잠입 취재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엉뚱한 비유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범법 행위를 잠입 취재 또는 암행 단속하는 것과 사건을 기획해 몰래 촬영한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함정 수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최 목사는 수사관이 아니다. 그러니 함정 수사가 아니다. 설령 그가 수사관 신분이라 하더라도 함정 수사는 수사관 본인이 처벌받을 일이지, 함정 수사로 취득한 증거물은 범죄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26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머리에 벽돌 공격을 받아 입원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흉기에 목을 찔렸다. 2022년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망치에 머리를 맞았고, 2006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커터칼 테러에 얼굴을 크게 다쳤다.

흉기 테러만이 테러가 아니다. 정치인에 대한 흉기 공격이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면, '명품 백 공작'은 인간 양심과 정리(情理)에 대한 난도질이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을 받은 행위' 보다 '최재영 목사가 명품 백을 선물한 행위'를 더 우려해야 하는 이유다.

흉기 테러와 명품 백 공작은 '정치 진영의 증오'가 사람을 괴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개인적 원한도 없는 사람을 '상대 진영'이라는 이유로 칼로 찌르고, 개인적 인연까지 악용해 함정에 빠뜨리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신이 '괴물'로 변해 있음을 모른다. '진영의 증오 동굴'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비단 흉기 테러나 명품 백 공작을 저지르는 사람들만 '진영 동굴'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의원 피습에 대해 "자작극 쇼" 또는 "보냈어야 하는데, 못 보내 아쉽다"는 사람들, 최 목사의 정치 공작에 즐거워하는 사람들, 김 여사는 피해자이니 사과나 해명이 필요 없다는 사람들도 '진영 동굴'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동굴은 공명(共鳴)이 심한 공간이다. '진영 동굴'에 앉아 있으면 내부의 증오만 크게 들리고 동굴 밖의 소리는 '잡음'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크게 들린다고 진실은 아니며, '잡음'처럼 들린다고 거짓은 아님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잡음'에 귀 기울이는 것은 힘이 들고 내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러 애를 써서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사람이 지향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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