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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맞지만 아니다?" 절차 무시한 동구청…팔공산 오염 성토재 관련 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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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24일, 김해 폐기물재활용업체서 토양 1천925t 회수
절차 거치지 않아 처리내용 추적 불가, "다른 곳에서 피해 반복 가능성"
"토양 정화해줄 업체 없다" 소유주 민원에 정화 작업도 안 해
동구청 "성토재 '폐기물' 해당 여부 판단 모호…마냥 방치도 곤란"

오염물질 불법 매립 의혹이 불거진 팔공산 임야 원토양 시료채취 작업 모습. 대구 동구청 환경과 제공
오염물질 불법 매립 의혹이 불거진 팔공산 임야 원토양 시료채취 작업 모습. 대구 동구청 환경과 제공

팔공산 상수원보호구역 인근 불법폐기물 매립 사건(매일신문 2023년 10월 11일 등 단독보도)과 관련해 동구청이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여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구청은 이곳에 매립된 성토재를 '폐기물'로 보고 처리하기로 했지만(매일신문 2023년 11월 21일·12월 18일) 폐기물 처리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30일 동구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 폐기물의 출처인 김해 소재 폐기물 재활용업체 A사는 지난 16~24일 25톤(t) 트럭 77대를 동원해 토사 1천925톤t을 회수해갔다. 지난해 10월 추석연휴 기간 무단 반출된 흙을 포함하면 모두 2천900t의 토양이 반출된 것으로 구청은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동구청이 이곳 매립 물질을 '폐기물'로 판단해놓고도 폐기물이 아니라는 A업체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단 반출을 묵인한 걸로 보이는 점이다. 검찰은 이미 이번 사건 관련자 3명을 '폐기물관리법위반죄'로 구속 및 불구속 기소해놓은 상태다. 불법 매립에 대한 복구 과정에서 이번엔 행정기관이 불법을 자행한 게 아니냔 비판이 이는 부분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폐기물은 '배출자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배출자 신고서에 운반 및 처리업체를 명시하고, 폐기물 종류, 분석 결과서를 구청에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후 처리된 폐기물 양과 처음 신고된 양을 비교‧분석해 시스템 상에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곳 폐기물은 배출자 신고나 제대로 된 처리 계획서조차 없이 업체에서 회수해갔고, 구청은 이를 인지했음에도 후속 조치는 없었다. 동구청은 지난 15일 업체 관계자로부터 '검찰에서 치우라고 했으니 흙을 퍼내겠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가 처리 계획서, 배출자 신고서 등이 없는 점을 지적했지만 'A업체에서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는 대답을 믿고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에서 검출된 다량의 오염물질에도 불구하고 토양 정화 작업도 이뤄지지 않은 것 역시 문제다. 관련 규정상으로는 오염된 토양에 대해서는 업체를 선정해 토양 정화 작업을 실시하고, 정화 전, 후 토질 검사결과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환경단체가 조사기관에 의뢰해 확인한 값에 따르면 이곳 성토재에서는 비소와 불소, 납, 아연, 카드뮴 등 5개 항목에서 환경부 기준치를 최대 15배가량 초과한 걸로 측정됐다.

구본호 한국녹색환경협회장은 "토양오염물질이 검출이 됐으면 정밀조사를 통해 정확한 오염물의 양과 범위를 담은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처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동구청의 업무처리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구청에서 배출자 신고 없이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문제의 토양이 어디로 갔는지도 알 길이 없다. 제 2, 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동구청은 토양 정화를 해줄 업체가 없다는 소유주의 민원 등을 감안해 A업체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애초에 이곳의 흙이 '폐기물'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도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폐기물이 아니고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을 회수해 간 것으로 보면 문제 없이 처리된 셈"이라며 "처리하겠다는 업체가 있는데도 마냥 절차 만을 따지며 장기간 방치할 순 없었다"고 했다.

오염물질 불법 매립 의호이 불거진 팔공산 임야. 김지수 기자
오염물질 불법 매립 의호이 불거진 팔공산 임야.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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