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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안도현 시인 "읽기·듣기는 세상을 내 안으로 들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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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간이 흘러 읽게 되면 사물의 태도와 맥락을 헤아릴 수 있다
같은 사물이라도 읽기와 듣기를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 '창의성'의 영역을 강조

강연을 하고 있는 안도현 시인. 임경희 매일 탑 리더스 디지털국장
강연을 하고 있는 안도현 시인. 임경희 매일 탑 리더스 디지털국장

"읽기와 듣기는 세상을 내 안으로 들이는 힘입니다."

읽기와 듣기는 단순한 학습 기술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삶과 사유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지난 15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읽기와 듣기의 힘'을 주제로 강연했다.

경북 예천 출신인 안 시인은 대구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고, 스무 살에 매일신문 신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국어 교사와 대학 강단을 거치며 오랫동안 시와 글쓰기를 가르쳐 온 그는 국어 영역을 읽기·듣기·말하기·쓰기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읽기와 듣기는 바깥의 세계를 자신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이기에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안 시인은 제대로 된 '읽기'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상을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관심이 생겨 사물의 태도와 맥락을 헤아리는 과정으로 나아간다는 설명이다.

듣기의 중요성을 선명하게 보여준 경험으로는 퇴직 이후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일주일 동안 엄마의 말을 자세히 듣고, 엄마 입에서 나온 말을 다섯 개만 적어오라"는 과제를 냈다.

다섯 명이 적어 온 문장 대부분은 공부나 숙제를 재촉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단 한 문장, '꼴 기 싫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안 시인은 이 문장을 적은 학생에 대해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귀담아 받아들이는 태도가 보였다"고 평가했다. 누구나 들을 법한 메시지만이 아니라 듣는 태도에 따라 익숙하지 않은 부분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배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 이 학생은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고, 현재 대구 법조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읽기와 듣기는 인간관계를 넘어 자연을 대하는 태도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풀과 나무를 '잡초'나 '이름 없는 나무'로 부르지 않게 된 것이 자신의 삶에서 큰 변화였다고 말했다.

애기똥풀을 계기로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름을 알고 바라보는 순간 대상이 전혀 다른 존재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는 "이름을 안다는 것은 지식을 얻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와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평생 시인으로 살아온 그는 학교 등 교육 현장에서 '시 읽기'가 지나치게 분석과 해석 위주로 흘러간다는 점도 짚었다. 시를 시험 대비용 지문처럼 다루며 정답을 찾는 방식이 읽기와 듣기의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다.

안 시인은 같은 사물이라도 읽기와 듣기를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 '창의성'의 영역을 강조했다. 가을을 주제로 시를 쓰더라도 허수아비나 참새처럼 익숙한 이미지에 머무르기보다, 겨울을 앞두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연탄'과 같은 소재를 떠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남들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쓰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며 "과거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휴대전화를 떠올린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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